대부분 아는 내용이지만 180도 법칙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하면

화면안에서 왼쪽을 보는 사람은 계속해서 왼쪽을 봐야한다이다

시선과 동선의 일치를 위해서 한방향으로 향하던 사람은 계속 그 방향을 향해야 관객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는 전형적인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문법이다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사실상 연속편집의 체계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99퍼센트가 이 법칙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작가들중에 (감독을 작가라고 부르는게 나는 좋다) 연속편집의 틀과 180도 법칙을 가장 잘 무너뜨린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이와이 슌지를 선택하겠다

 

이 동영상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대표작 러브레터의 한장면이다

화면에 등장하는 와타나베 히로코는 죽은 남자친구의 앨범에서 발견한 글자를 급하게 손목에 따라적는다

<손목에 앨범에서 발견한 주소를 적는 히로코>



여기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 펜을 찾기 위한 장면의 편집이다
이 장면에서 이와이 슌지는 연속편집의 체계를 무너뜨린 점프컷을 사용하고 180도 법칙을 어기고 있다

이것은 그녀의 급한 상황을 표현하려 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분석할 수 있으며 현대의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점프컷'을 인물의 불안감을 표현하는 것이 이제는 문법화 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튼 이 동영상의 18초 부근에 와타나베 히로꼬는 한번은 왼쪽으로 뛰고 그 직후 음악과 함께 컷이 되고 오른쪽 카메라 멀리로 뛰어간다 이것은 분명히 180도 법칙을 위반한 것이고 결코 튀어보인다거나 허접해 보이지 않고 감독의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다.

<펜을 찾는 연속 컷 하지만 하나는 왼편을 향하고 그직후의 컷은 오른쪽을 향한다>



물론 이런 문법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아 그녀가 급박하게 무엇을 찾고 있구나라는 문맥을 가장 적정하게 표현하기 위한 성공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그녀의 생각하는 표정에서 조그맣게 시작된 음악이 후지이 이츠키의 어머니가 들어옴으로써 급박하게 꺼짐으로써 이  음악이 단순히 그녀의 급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그녀가 움직이는 장면이 컷편집 될 때마다 음악이 맞춰진 것도 형식과 표현적인 면에서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80도 법칙은 모든 영화에서 99퍼센트가 맞게 찍히기 때문에 이것을 지키는 것 보다는 이 것을 어떻게 어겨야 하는가를 공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영화에서는 이 법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을 듯 싶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저번에 소개한 릴리슈슈의 모든것의 아오이 유우가 강가에 뛰어드는 은유적 장면이 그녀가 등장한지 얼마 안되서이고 이 장면은 그녀의 마지막 장면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지나가다가 하늘을 나르는 연을 보고 행복하게 웃는 장면은 분명 굉장히 반어적이다

왜냐하면 그 직후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의 자살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녀의 밝게 웃는 장면은 그녀의 감정에 대한 확실한 반어법이다>


영화의 스토리상 그녀가 죽는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나중에 생각하면 그녀가 주인공을 좋아하고 주인공이 자신과는 다른 강한여성을 좋아한다는데 있어서 아마 삶의 희망이 없어 자살을 결심한다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때문에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연을 날리는 장면은 단순히 희망적인 내일을 추측할 수 있게도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기쁨과 행복뒤에 보여지는 죽음 장면의 암시일뿐이다

 

내가 이것을 반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장면이 영화의 앞뒤를 모르고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단순히 즐거운 장면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반어적 표현 직후 아오이 유우의 자살 장면이 나오는데 나는 이것을 강조라고 본다.

<그녀의 자살한 모습위로 철조망에 묻은 그녀의 피가 보여진다>


이것은 '그녀가 투신 자살했다'라는 사실만의 강조인 것이다

감독은 그녀가 왜 자살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확실하게 그녀의 입으로 듣는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때문에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녀의 자실 이유와 자살 과정을 통해서 슬픔을 전달하기 보다는

단순히 그녀의 '죽음'만을 전달하여 그녀가 자살했다라는 '사실'만을 강조한다

 <그녀가 날리는 아름답게 나는 연은 그녀를 투신자살로 몰고간다>

이렇게 강조된 사실은 주인공 남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이후 주인공이 중요한 행동을 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러한 문맥을 말로 정리해 본다면 그녀의 슬픈 인생을 이야기하다가 그녀의 연을 날리며 행복해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렇지만 그녀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라고 말할수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되었을때 그 누구도 그녀의 자살의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수 없으며 단순히 그녀의 죽음만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이와이 슌지는 이렇게 말로써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법대로 촬영하여 그녀의 죽음을 우리에게 강인하게 심어준다



<이글은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이번 주제는 아무도 모른다의 깡통 던지기와 같은 은유적 표현에 대해서이다
기본적으로 은유적 표현은 일본영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같다
고요하고 숨막힐것 같은 이야기의 느낌을 주는 일본영화는 은유적 표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장면은 '러브레터'로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것이라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와이 슌지 작품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서 다들 꼭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영화의 여러가지 영화 문법들을 앞으로 소개하려 한다

내가 잘라놓은 이 장면은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당한 아오이 유우가 원조교제후 돈을 상납하는 것을 협박받은후 그돈을 받으러온 주인공의 앞에서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강간을 당하고 그로 인해 또 원치않는 원조교제를 협박으로 인해 해야하고 그 돈마저 빼앗겨야 하는 자신의 더러움을 씻어내고 싶다는 표현일수도 있고 자신에게 지금까지 쌓여져 있는 상황을 씻어내고 싶다는 표현일수도 있다
어느것이든 두가지 모두를 포함하든 이것은 확실하게 은유적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도 모른다에서 설명했듯이 우는것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슬픔의 직설화법이라면 강가에 갑자기 뛰어들어 진흙탕에 빠지는 아오이 유우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큰 그녀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강물로 뛰어드는 아오이 유우>


너무나도 슬프고 가슴아픈 이런 장면도 마치 춤을추듯 뮤직비디오처럼 찍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 이장면에서는 관객들은 아오이유우에게 깊이 동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오이 유우가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하고 역시 같은 이유로 그녀의 슬픔의 깊이를 아직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그녀의 이런 이상한 행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이 타이밍에 미친듯이 울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것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면? 나는 조금 부담스러웠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는장면을 보여줬어도 이와이 슌지는 그것을 멀리서 롱샷으로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뒷부분에 가서 파악되는 아오이 유우의 성격상 앉아서 우는것보다 이런 돌발 행동을 하는게 어울린다. 그녀는 약하지만 액티브하기 때문이다

<물에빠진 그녀와 멀리서 우두커니 바라보고있는 소년의 모습 전경>


아무튼 이러한 은유적인 장면은 그녀의 슬픔을 남에게 이야기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는 답답함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할수 없는 슬픔을 감독이 말해버린다면 그것은 안되는 것이 아닌가
그저 이와이 슌지는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 못했던 그 슬픔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대신 느낄수 있게 표현하고 있다

<물에 빠진 그녀의 행색을 뒤에서 쳐다보는 소년의 시점샷>
이 시점샷으로 관객들은 완벽하게 소년의 입장에서 함께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내가 잘라놓은 영상에는 없지만 그 직후 자신의 집 마당에서 호스로 몸을 씻는 소녀를 멀리서 지켜보는 소년의 모습이 패닝으로 보여진다
아오이 유우의 비참한 모습을 순간 그옆에서 가장 크게 느낄 소년의 시점으로 보여줌으로써 등장하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슬픔속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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