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해 놓은 동영상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하스미가 밖에서 비젼을 통해서 보는 릴리슈슈의 뮤직비디오이다
영화의 맥락과는 상관 없이 아주 멋진 곡과 뮤직비디오니까 다들 감상해 보도록하자

영화의 제목은 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인가?
이 영화에서 굳이 릴리슈슈라는 가수의 이야기가 필요한가?
만약 플롯에서 릴리슈슈만을 떼어내더라도 모든 이야기는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굳이 릴리슈슈라는 아티스트를 집어넣고 그녀를 통해서 이야기하는가?

릴리 슈슈를 떼어내도 모든이야기가 가능하다고 말한것은 그녀의 존재가 플롯의 인과관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영화에서의 모든 사건의 원인이 릴리슈슈라면?

이번 포스팅은 바로 이 가설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스미의 고통은 호시노로부터 시작된다>

호시노 패거리들에게 맞고 자위를 강요당하고 같은반 친구가 강제로 원조교제하고 난 뒤의 돈을 수금해야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팔아넘긴다
누가봐도 자살 할 만큼 괴로운 나날이다

즐거웠던 하스미의 인생이 이렇게 힘들어진 것은 모두 호시노의 탓이다
그와 만나고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릴리슈슈를 배웠기 때문이다

<하스미는 츠다에게 릴리슈슈를 빌려준다>

츠다는 자살하기 직전 하스미에게 릴리슈슈의 cd 2장을 빌려간다
자신과 똑같은 일을 당한 쿠노가 머리를 빡빡밀고 나타나자 자신은 왜 그러지 못했는지에 대한 마음과 이제는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택한다

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어째서 굳이 츠다에게 이 릴리 슈슈를 전해주는가?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그녀는 죽기직전에 릴리슈슈를 듣는다
영화의 표면상에 존재하는 플롯의 모든 원인들은 '괴로움'일뿐 정작 그들이 점점 죽음으로 다가가는 이유가 바로 이 '에테르' 때문이 아닐까

<공연장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호시노 역시 릴리슈슈를 듣는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생각했다
릴리 슈슈를 듣는 4명의 10대의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구나

하지만 그들에게 릴리슈슈는 어떤 존재인가?
영화에서 릴리슈슈는 마치 구원자처럼 여겨진다
호시노의 혼자만의 괴로움을 치유해 주는것도 하스미에게 삶의 의미를 주는것도 릴리슈슈다 그녀의 에테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은 삶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리게도 만들 수 있다

나는 호시노와 츠다의 죽음이 릴리슈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에테르로 회복되고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에 중독 되듯이 점점 약해지고 혼자서는 설수 없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아니 강하고 약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호시노의 파괴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왜 그는 갑자기 돌변하는가?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하고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잘난척한다고 다른 이들의 시샘을 받는다 이것이 표면적으로 그가 변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변해버린 것이 '쿠노'가 준 '피리아'의 앨범에서 시작된 릴리 슈슈의 음악이라면?
호시노가 쿠노를 범해 버린 것은 그의 '복수'라고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릴리슈슈를 알게해준 쿠노에게 호시노가 복수한 것 처럼 하스미는 호시노에게 복수한다 하스미가 호시노를 죽인 이유는? 그것은 친구들에 대한 슬픔과 자신에게 릴리슈슈의 음악마저 빼앗아 버린 분노이다

하지만 호시노를 살해하기전의 하스미 역시 릴리슈슈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으며 결국 그를 살인자로 만든다

<그들은 '드뷔시'를 듣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씬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하스미가 호시노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하려는 장면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리고 하스미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담임과의 상담 씬 역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쿠노의 연주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하스미의 장면은 무슨 의도일까?

그냥 찍은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3시간 가까이나 되는 영화를 만들면서 마지막 장면을 아무 고민 없이 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살아있는 쿠노와 하스미는 더이상 릴리슈슈를 듣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을 수 있다 더이상 에테르에 의해 조종되지 않는다

사실 쿠노가 릴리슈슈를 듣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매일같이 드뷔시의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과 특별히 헤드폰 같은것을 착용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그녀가 릴리슈슈를 듣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릴리슈슈를 들었던 호시노는 에테르로 다른사람을 괴롭히고 하스미는 호시노를 살해한다 그리고 츠다는 자살한다
반대로 호시노가 cd를 부수고 츠다가 빌려간채로 자살해 버리는 바람에 더이상 릴리슈슈를 듣지 못하는 하스미는 자살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드뷔시를 연주하는 쿠노 역시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서 꿋꿋하게 살아간다

끼워 맞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것이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가장 확실하게 뒷받침 하는 장면이 바로 하스미의 피아노 연습씬이라고 생각한다 호시노를 살해하고 하스미가 두 번의 자살을 고민하는 장면의 직전에 잠깐동안 '드뷔시'를 쳐보는 장면을 삽입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살하지 않는다

릴리슈슈의 에테르에서 벗어나 드뷔시를 만난 하스미는 살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살인자가 된 괴로움을 릴리슈슈로 달래려 했다면?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더이상 릴리슈슈를 듣지 않고 살아 남은 두명... 하스미와 쿠노가 드비쉬의 에테르로 자신들의 삶을 채운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그것은 이 에테르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 조종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에테르에 의해 사람들을 파괴와 죽음으로 몰아 넣는 것이 바로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 아닐까?
이영화에 펼쳐지는 모든 사건 그리고 괴로움 그것이 바로 제목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번 내용은 정말 너무나 명확하고 간단한 내용이다

호시노가 아오네코라는걸 알게된 피리아의 분노인지 하스미로서 호시노를 죽일 수 밖에 없었던지 아무튼 호시노를 살해한다
그리고 하스미는 죄책감에 자살을 생각한다

<자살 장면을 보여주려는 듯한 전형적인 카메라 무빙이 보여진다>

집안의 빈 풍경을 보여주는 방식... 문맥상으로도 그렇지만 이건 문법상으로 분명히 자살의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카메라가 찾아간 곳에서 하스미는 피아노를 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천장부터 훑으면 자살한? 유이치가 보인다>

이번 샷이 정말 기가 막히다
피아노를 치고 있던 유이치의 뒷모습에서 컷이되고 카메라는 천장에서 부터 훑으며 아래로 고개를 내린다

저걸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윗벽에 얼굴이 가려진채 목부터 축 늘어진 하스미의 몸이 보여진다
누가봐도 목을 매단 하스미의 모습을 카메라는 아래로 천천히 보여준다

<하지만 하스미는 목을 매달지 않았다>

하지만 하스미는 죽지 않았다
이것은 죽을까 고민하는 그의 심경을 표현한다

이와이 슌지는 관객들에게 미리 거짓된 사실을 전달한다
하스미가 자살했다 목을 매달았다
하지만 그것은 곧 속임수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하스미가 자살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관객들은 하스미가 죽은줄 속았지만 사실 하스미는 정말로 죽을까 고민했을 거라는 것을 단 한컷의 미쟝센으로 보여준다
윗벽에 의해서 잘려나간 머리 그리고 프레임으로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발
그래서 관객은 하스미의 목에 줄이 매달려 있는지 그의 발밑을 의자가 받혀주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우리가 보아온 이미지 대로 상상하고 그것을 믿게 된다
그리고 관객의 상상속에서 하스미는 죽었다

그리고 이 이후의 씬에서 하스미는 다시한번 어머니의 파마기계로 자살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앞에서의 이 미장센 덕분에 뒤에서 하스미가 파마기계안에 얼굴을 집어넣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역시 앞에서 포스팅한 2009/03/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연관지어 말하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에서 처럼 연관지어 말하기이다

이제 영화는 끝이났다
하지만 왜 호시노와 츠다는 죽고 쿠노와 하스미는 살아남았을까
릴리슈슈의 모든것은 무엇일까


영화에는 수많은 씬 수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는 방법과 순서는 모두 감독의 몫이다
실제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와이 슌지가 어떻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하는지 보자

<츠다와 유이치는 통화를 하고 있다>

 츠다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부탁받아서 츠다에게 전화해 만날 약속을 잡는 유이치
하지만 츠다는 혹시 호시노의 용건이냐며 남자를 손님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슬픈말을 아무렇지 않게 남긴다

<그리고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원래 처음에 유이치가 전화를 걸어서 말한다
그리고 츠다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내가 클립해놓은 동영상은 츠다가 걸어서 통화하는 내용부터이다
전화를 끊고 유이치에게 다시한번 전화가 온다
관객과 유이치 모두 츠다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직후 전화기를 내동댕이치는 츠다의 컷이 보여지고 유이치는 갑자기 일어나 심각한 태도로 전화를 받는다

분명히 이와이 슌지는 여기에서 유이치에게 걸려온 전화는 누구일까? 라는 순간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앞의 츠다와의 전화를 통해서 잠시 츠다의 전화라고 속인후에 묻고 있다

<호시노의 전화였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관객은 전화가 누구였는지 통화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너무 쉽게 알아 낼 수 있다
전화의 직후 유이치는 쿠노를 호시노에게 불러준다
전화를 건것은 호시노였으며 쿠노를 불러오라는 명령이었다

관객이 영화에 생략된 이야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알수 있는 것은 이와이 슌지가 모든 상황을 연관지어서 말하기 때문이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이야기들은 모두 연관지어 있다
이것은 중학생들의 삶이 항상 친구들과 얽힌다는 메타포를 담는 영화의 이야기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호시노가 아오네코라는걸 아직은 관객이 모르기 때문에 아오네코가 말하는 첫사랑의 그녀를 쿠노라고 연관지을 수는 없지만 이 전의 합창 씬과 이장면은 충분히 연관이 가능하다
심각한 눈빛으로 합창단을(쿠노를) 바라보는 호시노의 눈빛의 의미가 이 장면에서 확실해진다 그는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쿠노를 유인해서 강간하고 비디오로 찍는 장면을 통해서 역으로 츠다가 당했던 일을 관객이 유추할수 있게 해준다 이것 역시 쿠노와 츠다의 이야기를 연관지어주는 덕분이다
유이치가 통화하던 츠다와 거의 동일선상에서 호시노의 전화로 불려온 쿠노... 이러한 장면의 배치를 어떻게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엔 츠다에게 걸려온 전화인것 같은 단순한 속임수 이지만 감독이 노리는 의미는 바로 모든 사건의 연관이다
그리고 츠다, 쿠노, 호시노에 연관되어 있는 유이치는 그저 눈물을 흘리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에게 연관되어 죄책감과 괴로움만이 유이치에게 계속해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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