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둘다 기억을 잃고 몬톡에서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장면이다
조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은 클레멘타인은 또다시 그를 얼어버린 호수위로 데려온다
이 장면은 내가 굳이 이러저러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될만큼 명확하고 아름답다
영화의 구도란 그 안에 나오는 피사체와 펼쳐지는 이야기와 관계 없이 특정한 느낌을 주게끔 설정 될 수 있다
그것이 미쟝센 - 구도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얼음위에 나란히 누운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프레임의 한가운데도 가장자리도 아닌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진 곳에 살짝 대각선으로 틀어져 누워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무엇이 크게 충격을 줬는지 한 포인트로부터 얼음은 사방으로 균열이 가있다
그 포인트는 마침 그들의 발 끝과 비슷한 라인 위치에 있으며 서로의 위치를 방해하지 않고 아주 잘 어울리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아마 한폭의 그림일 것이다
얼음위에 누워있는 둘의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보라고 한뒤에 그대로 만들어서 찍은 것이 아닐까
얼음의 깨진 균열이 마치 눈의 결정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위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진듯이 보아 이것은 제작진이 고의적으로 만들어낸 균열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몇번이고 실험해서 만들어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조명도 그들의 주위에는 약간 어둡게 들어간다
마치 하늘의 달빛이 그들만 비춰주듯이 불공평하게 들어간 조명으로 이 그림을 더 집중력있게 한다

<카메라는 살짝 그들의 머리위로 움직인다>

둘이 눕고 처음에는 그들이 프레임의 아래위 딱 중간에 위치한다
하지만 천천히 카메라가 움직여서 그들은 적당한 헤드룸과 발밑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
처음의 둘의 대화에는 천천히 무빙을 주다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낸후 카메라는 멈추게 된다

한가지 해석을 덧붙이자면 얼음위의 균열은 둘사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한번 깨져버린 둘의 관계를 기억하지 못하는 둘처럼 그들은 금이간 얼음위에 누워있는 것이 아닐까
나중에 나오는 처음으로 이곳에 왔던 기억이나 호빗과 클렘의 장면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샷도 얼음의균열도 보이지 않는다
균열이 생겼지만 그위에 안전하게 누워있을수 있듯이 그들의 사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메타포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6미리 비디오가 보급된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에게 가장 막강한 영향을 미친 감독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미쉘 공드리를 이야기 할 것이다
물론 영화만 본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뮤직비디오와 cf계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는지 다들 알 것이다

그런 미쉘 공드리 감독의 최고의 흥행작 바로 이터널 선샤인이다
물론 혼자서 감독한 것이 아니지만 그의 엄청난 유명세 덕에 우리는 이영화를 미쉘공드리감독의 영화라고 흔히 말해버린다

쓸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내가 첨부한 장면은 영화가 시작한지 15분쯤 지나서야 오프닝 크레딧이 나오는 장면이다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영화는 시작하고 15분동안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보여준다

<수상한 남자가 조엘에게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묻는다>

영화는 15분동안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첫만남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상한 남자가 조엘에게 나타나고 스토리의 흐름이 잠시 끊긴다

사실 영화를 본사람은 알겠지만 이 초반의 시퀀스는 영화의 스토리를 ABC로 나누었을때 제일 마지막에 이야기되는 C다
하지만 이 장면이 제일 처음에 배치되고 이것은 마치 A인냥 행세하게 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조엘은 자동차에서 미친듯이 울고 있다>

A인냥 행세하는 C가 지나가고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조엘은 미친듯이 울고 있다

이 영화는 꽤나 복잡한 플롯 구성을 가지고 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만나서 사랑을 하다가 클레멘타인이 조엘을 지우기까지가 A
조엘이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는 장면이 B
그리고 조엘이 아무것도 모른채 일어나는 장면부터가 바로 C라고 하자
스토리의 순서상은 A + B + C 이지만 플롯 구성은 그렇게 보여주지 않는다

C를 제일 처음에 보여주고 그 후에 B와 -A(A의 역순)가 교차로 보여진다
이러한 플롯구성에서 얻어지는 효과가 크게 2가지라고 생각된다

C가 처음에 보여지고 조엘이 우는 장면 이후에 B가 보여지면서 사람들은 C에서 알게된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B로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C는 B보다 나중의 이야기지만 A의 첫만남이 보여지지 않았고 공교롭게도 C는 처음 만나는 장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연하지만 감독의 의도된 장면이다
기억을 지우고 서로에게 이끌려 다시 만나는 장면을 마치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첫만남처럼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C 장면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C장면이 마지막에 다시 나왔을때 관객은 아주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두번째 효과는 바로 -A이다
B에서 기억을 지우는 동안 조엘은 꿈속에서 클레멘타인과의 모든 추억을 다시 회상한다 그리고 그녀는 조엘의 기억에서 하나씩 사라져간다
이것은 설정상 그들이 작업 방식이 제일 가까운 기억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가장 오래된 기억을 마지막에 제거한다는 것이지만 영화적으로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조엘이 회상하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이별의 슬픔부터 다툼으로 거슬러 올라가 서로 깊이 사랑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결국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어쩔수 없이 그들의 사랑의 시작으로 이끌려 간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A의 끝에는 보여줄 필요가 없는 이 야기 이므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플롯에서는 제일 처음에 보여주었던 C를 다시 보여주게 된다 
그들의 힘들었던 사랑을 다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착한 곳이 바로 지워진 기억으로 다시 만나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이다

놀랍도록 치밀한 플롯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지운다는 스토리상의 특이성을 생각하면 이보다 완벽한 플롯 구성을 할 수 있을까? 

영화는 결과적으로 A B C의 이야기를 전부 들려준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사랑이야기를 모두 보여준다
순서대로 보여주지 않은것은 관객에게 조엘과 클레멘타인처럼 똑같이 지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은 누구나 옛날기억보다 최근의 기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서로 싸우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가는 조엘과 함께 관객은 처음에 사랑했던 감정을 제일 나중에 알게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다시 만나야 하는 이유이며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영화의 스토리가 아닌 형식으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조엘이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워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처럼 그녀역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조엘의 기억이 지워지는동안 그녀를 꼬시던 호빗족에게 집중하기 보다는 가슴아파하며 괴로워한다
이것은 물론 호빗족 멍청이가 그녀의 기억을 지우기위해 압수한 물건과 말들을 그녀에게 계속 꺼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클레멘타인역시 조엘과 똑같이 싸웠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엘의 꿈속에서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그렇게 협조적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마지막에 몬톡에서 만나자고 귓말을 하는 클레멘타인의 의지는 바로 거기에서 나온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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