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재기 발랄한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에서 두 주인공의 불치병을 알게되는 과정의 편집을 보자. 단순히 교차편집을 한 것이 아니라 둘의 이야기를 하나인것처럼 연결하고 있다.  이것을 굳이 언어로 대치 시키자면 끝말잇기와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마틴과 루디의 이야기는 마치 한사람의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열차에서 마주보고 앉았던 마틴과 루디는 우연히도 같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게 된다. 그리고 둘은 똑같이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영화는 똑같은 열차를 타고 온 두명의 남자를 똑같은 결과로 인도하기 위해 하나의 이야기처럼 편집한다.

간호가사 루디를 부르자 어느새 마틴은 옷을 벗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홀랑요?'라고 장난을 치는 마틴에게 대꾸를 하듯이 다른 간호사가 루디에게 그정도면 됐다고 대답을 한다. 그리고 다시 루디에게 소변을 받아오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소 변을 받아오는 것은 마틴이다.

<결국 둘은 같은 결과를 맞이한다>

루디가 숨을 들이쉬고 그대로 멈추자 마틴이 한숨을 크게 내쉰다. 이렇게 마틴과 루디는 정기검진의 결과를 듣게 된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서로 다른 인생을 걸어온 두명의 남자를 한자리에 모으고 있다. 같은 열차에 실어서 병원으로 둘을 인도하고 동시에 똑같은 정기검진을 받게 한 뒤에 시한부 인생이라는 같은 결말을 알려준다.

때문에 이러한 편집이 의미가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편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처럼 교차편집을 하는 것은 물론 리드미컬하고 상당히 영화 외적인 재미를 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뿐만이 아니다. 마틴과 루디를 똑같은 처지로 만들고 있다. 결국 서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두 남자지만 둘을 하나처럼 편집함으로써 앞으로의 둘의 여정에 대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마틴이 한숨을 내쉰 것은 뇌종양 말기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틴 역시 골수암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국 둘은 곧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교차편집 후에 같은 병실로 모이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두남자의 인생의 여정의 끝무렵을 하나의 실뭉치로 꽈버리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곳에서 출발한 두 남자지만 열차에서 그리고 병원에서 똑같은 신세가 되어 이제 죽을 때 까지 함께 하게 된다. 그래서 감독은 이 둘의 장면을 이렇게 하나처럼 편집한 것이 아닐까?


마치 끝말 잇기처럼... 마틴의 이야기뒤에 루디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다시 그 뒤에 마틴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꼬아져있는 두 실타래나 마찬가지다.
한쪽에서 보면 이실이 보였다 저실이 보였다 하지만 결국 그 둘은 한줄기이라는 것이다.



2009/02/20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영화의 첫번째 씬 그 의미 <포미니츠,Vier Minuten>에서 이야기 했듯이 영화의 첫번째 장면은 너무나 의미가 깊다.
어떻게 영화를 시작할 것인가? 무엇을 가장 먼저 보여줄 것인가? 관객이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할 것은 무엇인가?

<영화는 사람들의 발에서 부터 시작한다>

화면이 밝아지고 스틸장면이 약간 축소되더니 화면안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1분정도의 첫번 째 컷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람들의 '발'이다.

위의 세장의 그림처럼 처음에는 의자에 앉아있는 두명의 사람과 그 앞을 청소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발이 함께 나온다. 그리고 카메라가 청소부 아주머니를 따라서 이동하다보면 갑자기 카메라 앞에 구두발이 음악의 빠른템포 전환과 함께 나타난다. 그들은 4명정도가 일렬로 서서 걸어간다. 그리고 또 그들이 화면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옆에 구두를 벗어놓고 발톱을 깎고 있는 여인의 발로 화면이 이동한다.

하지만 화면은 이들을 모두 벗어나 무대위로 향한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보여준 발은 모두 4무리라고 생각된다.
청소부 아주머니
의자에 앉은 두남자
일렬로 걷는 4명의 남자
발톱을 깎는 여자

이중에서 의미가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무리다.

<무대위로 향했던 카메라는 다시 처음의 두남자에게로 돌아온다>

발들을 지나 처음으로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무대에서 춤추는 여성들로 향한다. 하지만 이 여성들 역시 큰 의미 없이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이 여성들의 춤을 멈추게 한 클럽의 지배인 역시 주인공은 아니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첫번째 컷은 바로 이 영화의 주요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흘러간다. 처음에 두남자의 발로 시작한 카메라는 클럽을 한바퀴 돌아 결국 그들의 뒤통수로 돌아온다. 이것은 바로 이 영화가 이들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할 것임을 관객에게 알리는것이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을 보여주었다. 관객은 당연히 본능적으로 카메라가 어딘가로 향하다가 멈출 것을 알고 있다. 영화의 카메라는 어떤 등장인물을 쫓아다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카메라는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얼굴을 보여준 댄서들과 지배인 역시 카메라에서 사라져 버린다. 대체 뭐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카메라는 맨처음의 의자에 앉은 두남자를 다시 비춘다.

이것은 문맥적으로 파악해 봤을때 클럽에 몇몇의 사람이 아직 남아있다. 뒷청소하는 아주머니. 의자에 앉아있는 두남자. 어디론가 일려로 걷는 4명의 무리들. 한쪽에서 구두를 벗고 발톱을 정리하는 여성. 무대위의 댄서들. 그리고 그들에게 더 야하게 추라고 윽박지르는 클럽의 사장. 하지만 우리가 따라가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의자에 앉아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이 두남자의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이 롱테이크의 의미다. 카메라를 컷으로 나눠서 편집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들중에서 카메라가 멈추길 기대하는 관객의 심리를 위해서다. 컷을 나눴다고 생각해보면 이것은 앞의 다른 무리들을 너무 의미있게 보여준 것이다. 특히 누군지도 모르는 4명의 일행과 발톱을 깎는 여자.. 그들을 컷을 나눠서 보여줄 의미가 있는가?

하지만 여기저기 무빙하는 샷에서는 마치 이들이 주인공일수도 있다는 트릭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한 현장의 분위기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쿨한 표현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첫장면에 두명의 마피아가 청소하는 빗질에 다리를 드는 장면은 기가막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앞으로 나올 이 두명의 마피아의 멍청하고 우스운 캐릭터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진주가 리메이크했던 '난 괜찮아'아닌가? 노래를 들으면 너무 반가운데 이 노래역시 이후에 이 클럽이 다시한번 등장할 1시간정도의 뒤를 위해 복선으로 심어두고 있다. 이 노래에 맞춰서 춤추는 이 댄서들이 다시 똑같이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이 이 클럽에서 마피아와 마주치는 사건의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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