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일본 영화 답게 상당히 정적이고 소소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2시간이 좀 안되는 러닝타임 동안 이 영화에는 아주 잠깐의 비틀어진 수평으로 촬영되는 장면이 있다. 단 두곳이라고 보여지는데 이 장면의 해석을 해보자.

<카와사키(?)와 시이나가 서점을 털러가는 장면>

이 장면을 처음 봤을때 사실 상당히 놀랐다. 이전까지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을 법한 극단적인 사선앵글로 촬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을때는 어쨌든 범죄를 행하려 가는거니까 그리고 이 범죄가 위험하고 결과적으로 안좋다는걸 상징하기 위한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엔 이상하다.

<서점앞에 도착한 그들은 제대로된 수평이다>

어째서인가? 감독은 서점으로 향하는 이 길만이 잘 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정석적으로 했다면 이 영화에서 가장 급박한 장면을 이렇게 촬영해야 하지 않았을까?

<약간이긴 하지만 오히려 전보다 못하다>

위의 장면은 시간상으로는 서점을 털러가서 직후에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한참뒤에 보여주는 '진실의 장면'이다. 복수를 하기 위해 서점의 아들을 포획하는 이 장면이 영화에서는 가장 사선앵글로 찍혀야 하는 위험하고 긴박한 장면이 아닐까? 애초에 내가 해석한데로 도르지의 '옳바르지 못한 복수'를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 장면 역시 극단적으로 비틀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뛰어가는 장면만이 조금 비틀어졌을뿐 이외의 모든 샷들은 안정적이다.

<심지어 이런 장면까지도>

애초에 표현하고자 원했던 것이 옳바르지 못한 복수의 상징이었다면 그를 나무에 끌고가서 묶어놓고 칼로 발을 찌르는 이러한 행위들도 사선으로 찍혀야 한다. 하지만 이 씬은 정확한 수평을 맞춰서 찍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나는 이 장면을 나중에 보여주는 진실의 장면 이전의 것이기 때문에 사각으로 촬영했다고 해석했다. 영화에서 이후에 보여줄 옳바르지 못한 복수에 대해서 관객에게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리 분위기를 깔아놓는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틀렸다.

<이후에 나오는 진실의 장면중 책을 훔치는 장면>

이후에 나오는 진실의 장면중 시이나에게 설명한 거짓목적인 대사전을 훔치는 장면만이 극단적인 사각앵글로 촬영된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렇다면 복수의 행위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것도 이후에 나올 진실에 대한 왜곡을 표현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왠만하면 감독의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도 이 장면만은 감독의 실수인가?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그럴수가 없다. 이 장면은 달리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달리차에 얹을 정도로 준비시간이 필요한 샷을 실수로 틀어지게 찍는다는것이 말이 되는가?

결국 나는 다시 도르지의 심리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 틀어진 두번의 장면에서의 도르지의 심리상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내 결론은 복수를 위한 오랜 기다림의 두근거림과 기쁨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었지만 직후에 사고로 복수의 대상을 잃고만 카와사키와 도르지. 하지만 한명이 살아서 잘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그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복수를 주도적으로 준비했던 카와사키가 병으로 쓰러지면서 그것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랜시간 도르지는 복수를 위한 파트너를 기다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밥 딜런을 부르며 나타난 시이나와 함께 드디어 악당을 포획하러 가는길... 영화에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았지만 도르지는 얼마나 기뻤을까?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이런 해석으로 이후에 나오는 포획의 장면에서의 수평을 설명해보자.

막상 두근거리고 있었지만 도망치는 그를 쫓아가서 포획하는 도르지에겐 '두근거림과 기쁨'이란 감정보다는 필사적인 마음과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끌어다가 묶고 칼로 찌르는 동안도 기쁨이라는 감정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 시이나에게 보여줄 거짓 목적인 대사전을 훔치는 장면은 다시 이 '기쁨의 사선앵글'로 촬영 되었다. 도르지는 드디어 그를 포획하고 잠깐 들러서 이 책을 훔치는 동안이 즐겁지 않았을까? 너무도 간단히 처리해 버린 이 일에?

그리고 틀어진 두장면의 일들은 모두 시이나와 연관되어 있다. 시이나가 등장하거나 그에게 설명한 거짓 목적을 위한 대사전을 훔치는 작업... 이 즐거움의 사각앵글은 시이나를 만나서 드디어 복수를 이루게 된 도르지의 고마움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뭐.. 이것이 나의 해석이다.. 너무나도 일관성 없는 이 사각 앵글을 실수라고 치부해버리면 간단한 일이지만 두 번의 사각앵글은 실수라고 하기에는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 처음의 자동차 씬은 틀어진 각도가 반대로 변하기도 하고 이후의 것은 달리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내 해석이 감독이 의도한 것과는 다를수도있고 별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찍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천재형의 감독이 있을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즐거움을 표현한 최초의 사각앵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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