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쓰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영화에서도 적용하는 사례들이 있다. 소설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텍스트기 때문에 누군가의 시점에서 항상 서술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샷이 3인칭 시점으로 촬영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굳이 '관찰자'를 넣어서 그에게 영화의 주인공과 그의 삶을 보고 듣게 하는 것은 관객을 영화의 안으로 좀더 끌어 당기기 위해서다.

<사실 이 남자는 영화에서 거의 엑스트라 급이다>

영화에서 이렇게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사람을 넣는 다는 것이 바로 대표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보통 이러한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사건을 이사람에게 설명해서 관객을 영화 안으로 끄집어 넣는다. 하지만 이 영화 프라이멀 피어에서는 다르다.

이 기자의 역할은 딱 중간까지다. 중간까지 이 남자가 이 영화에 나오는 이유는 바로 변호사인 리차드 기어의 캐릭터를 관객에게 확실하게 이해 시키기 위해서다. 영화의 도입부인 위에서 변호사는 이런 말을 한다. '내게 있어서 진실이란 12명의 배심원드에게 내가 심어주는 인식'.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영화는 계속해서 이 3인칭 관찰자를 집어 넣는다. 그리고 맨처음에 말했던 이 '진실'에 대한 인식이 리차드 기어의 캐릭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피고를 무고하다고 믿고 그를 돕기 위해 죽을똥 살똥 노력하고 있다는 인터뷰를 끝으로 이 기자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이 남자는 리차드 기어에게 그가 말하는 '진실'과 변호를 하는 사상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이 사람을 영화에 집어 넣은 것은 그것을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하지만 이렇게 알려준 이 변호사의 캐릭터야 말로 영화의 허무하고 화가나는 결말을 위한 완벽한 초석인 것이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
(솔직히 13년 된 영화를 지금에 와서 스포일러라고 하는 것도 웃기다)

영화는 처음부터 에드워드 노튼의 말에 따라 제 3자인 '진범'을 찾는 형식처럼 보여진다. 영화는 당연하지만 관객을 주인공인 리차드 기어가 변호하는 노튼의 편이 되게끔 유도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연히 그가 무고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영화는 리차드 기어가 진범을 찾아내어 그것을 밝히는 카타르시스의 영화라고 생각하며 보게된다. 하지만 영화 중간에 밝혀지는 진실은 바로 에드워드 노튼이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살인은 그의 또다른 자아가 저지른 것이었다.

관객은 이 새로운 사실에 영화적 희열을 느낀다. 그리고 영화의 방향은 새롭게 변모한다. 이제는 리차드 기어가 이것을 어떻게 법정에서 납득시켜 승리를 따내느냐이다. 그리고 역시 영화는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또 다시 한번 바껴 버린다. 마지막에 에드워드 노튼은 고백한다. 사실 다중인격 따위는 없고 자기가 처음부터 착한척 연기한 것이라고. 이 사실에 선량한 관객들은 너무나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순수하게 그를 돕고 싶었던 순진하게 그의 말을 믿었던 리차드 기어를 매개체로 충격의 100센트를 바로 관객들이 흡수한다. 바로 이 충격적인 결말을 조금의 여과도 없이 아니 배가해서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리차드 기어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의 효과적인 구성을 위해 이 3인칭 관찰자인 '기자'를 배치한 것이다.



2009/03/03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핸디캠이라는 문체로 말하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전면적으로 사용한 핸디캠은 현장감을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바닐라 스카이에서의 장면은 현장감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관객과의 거리감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자료화면의 의미이다>

위의 5개의 스샷중 맨 위의것이 영화의 일반 컷이라면 밑에 4개의 것은 조금 좋지 않은 화질과 색감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것으로 봐서 핸디캠으로 촬영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장면은 톰 크루즈가 자신이 지금 냉동인간이며 지금 이것은 꿈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부분이다. 이때 그가 냉동상태에 들어가는 장면이 핸디캠으로 촬영된다.

감독이 이것을 지금까지와의 촬영과 차별을 둔것은 이 장면의 시점의 선택에 있다. 이전과 똑같이 찍었더라면 아마 일반적인 3인칭 시점이라고 보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핸디캠으로 찍혀서 마치 이 회사의 자료로서 보여지고 있다.

이렇게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은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3인칭으로 보는 시점의 동시적이 아닌 자료화면으로 보는 시간차 시점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플래쉬 백이다. 분명히 시간적으로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모든 과거가 이렇게 핸디캠으로 찍히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가끔 과거의 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이 아닌 지금 직접 보는것 처럼 표현하고 싶을 때 이 핸디캠같은 촬영이 사용된다.

때문에 이 방법이 현장감을 준다기 보다도 오히려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이 비디오 자료를 보는 듯한 비현장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2009/02/20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영화의 첫번째 씬 그 의미 <포미니츠,Vier Minuten>에서 처럼 영화의 첫씬을 배경과 캐릭터 설명대신에 상징에 크게 할애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바닐라 스카이 같은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의 경우는 특히 상징적 표현이 많다. 영화의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지는 이것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매치되어 입체적이고 두근거릴정도로 꽉짜여진 영화를 구성한다.

<영화의 첫장면은 꿈이다>

영화의 첫장면은 꿈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일어나서 TV를 끄고 거울앞에서 흰머리를 뽑는 것까지 이후에 일어날 실제생활과 완전히 똑같다.

반복되는 장면을 꿈과 현실에서 2번을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말한다. 이후에 톰 크루즈가 꿈과 현실을 구분못하는 자아분열 증세를 보인다는 것, 그리고 관객역시 영화의 결말까지 톰 크루즈의 현실이 무엇인지 구분 못하게 한다.

영화의 중반 이후 사건 모두가 톰 크루즈가 혼란스러워 하는것처럼 꿈과 현실이 아니라 모두 꿈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관객은 결코 말해주기 전까지 알아차릴 수 없음을 암시한다.

특히 톰크루즈가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 그의 자명종 소리는 여자의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는 'Open your eyes'이다. 굳이 영화에서 이런 자명종을 설정한 것은 2001년 당시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미래 시대의 과학기술을 이야기하고 있는 공상과학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유는 사실 개뿔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영화의 제일 마지막에 톰크루즈가 이제 자신을 냉동인간에서 녹여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바로 이 자명종 소리와 같은 대사에 눈을 뜬다. 그리고 번쩍 뜨여진 눈의 익스트림 클로즈업에서 영화는 끝나버린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똑같이 매치한 점도 재미있지만 이러한 장치로 앞으로 보여질 어떤 장면도 꿈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영화가 시작하지만 결국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모두 꿈이었다는 결말에 이르러서 또다시 잠에서 깨면서 영화는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이제 당신도 눈을 뜨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아무튼 첨부한 동영상에 톰크루즈가 흰머리를 한가닥 뽑는 장면이 있다. 거울을 보고 세수를 하거나 물을 마시는 장면으로 충분할텐데 굳이 그가 흰머리를 뽑는 이유가 있다. 이후에 사고로 얼굴이 망가져서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톰크루즈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많고 자신감이 있다는 설정으로 받아들이면 될것이다. 실제로 흰머리를  뽑고나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옆얼굴을 보며 웃는 장면을 보면 그런 설정이 잘 드러난다.

<이 장면은 이후에 나올 현실 장면보다 더 타이트하게 커팅된다>

꿈에서 나오는 이장면은 나중에 반복될 현실장면보다 짧게 편집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시계와 신분증과 지폐를 집어가는 손 동작 이후에 컷은 완벽한 연속 편집이 아니다. 분명 시계를 집으려 했을 때 허리를 숙였을텐데 이후의 웨스트 샷은 허리를 꼿꼿이 피고 시선또한 약간 위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방금 물건을 집은 것치고는 양팔을 털어 흔들어 버린다.

이후에 꿈에서 깨고 이 장면이 다시 반복될 때를 보면 시계를 집은 후에 허리를 피고 입은 남방을 툭 털며 돌아서는 것으로 이어진다. 결국 앞에 나왔던 꿈 장면에서는 동작의 더 많은 부분을 생략하게 편집이 되어 있다.

이것은 앞에서 보여지는 꿈속에서의 장면은  빠른 호흡으로 지나가야 하기를 원해서 일수도 있다. 아니면 꿈장면과 현실 장면의 약간의 차이를 두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실제로 자명종 소리의 뒤에 녹음된 줄리의 목소리와 그녀의 등장, 그리고 톰크루즈가 타는 자동차가 꿈속에서의 장면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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