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의 대화씬의 편집은 기본적인 똑딱샷에서 액센트를 주는 방향으로 많이 이뤄진다. 캐쉬백에서 벤과 샤론이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자.

<벤이 묻는다>

사실 클립해 놓은 영상전에도 약간의 대화가 이뤄진다. 기본적인 문법을 따라서 조금 넓은 샷에서 윗 사진처럼 타이트 한 샷으로 한번 변화한다.
하지만 특히 벤이 왜 하필 스페인어를 배우냐고 묻자 샤론은 자신이 평샌 런던에서 살았지만 언젠가 여행사에 취직해서 스페인어권 나라에 가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샤론의 얼굴로 더 타이트하게 달리인 한다.
이 무빙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샤론의 이 대화에 힘을 실어주어 전의 이야기보다 중요하게 듣게 만든다. 또한 벤의 입장에서 샤론의 외모만이 아니라 그녀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 알게 해서 그녀에게 다시한번 반하게 만든다. 물론 벤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그녀의 이런 매력적인 모습을 알게 해주기 위한 샷이다.

이런 부드러운 카메라 움직임에 의해 자세히 살펴보면 샤론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전에 없이 아름답게 표현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꿈에 대한 아름다움, 꿈을 가지고 있는 샤론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무빙으로 표현한다.

<샤론에게는 없던 단독샷을 벤에게 준다>

그 이후 벤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꿈이었으며 언젠가는 화랑에 그림이 걸리고 싶다는...

샤론에게는 무빙을 주었지만 벤에게는 처음부터 단독샷을 준다.
이전까지 걸쳐왔던 샤론의 옆뒷모습을 배제하고 오직 벤의 얼굴만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 장면의 시점이 샤론이 아닌 벤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벤은 혼자서 등장하지만 샤론은 항상 벤이 걸쳐서 나온다. 즉, 모든 장면이 벤의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벤의 나레이션으로 펼쳐진 이야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단독샷의 의미는 크다. 샤론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사랑, 꿈에 대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벤의 꿈을 독자적으로 표현한다. 벤의 시점에서 샤론의 이야기를 듣고 벤의 시점에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위의 두번째 스샷을 보면 결국 다시 샤론을 살짝 걸쳐준다. 이것은 아마 감독이 벤이 자신의 꿈에 샤론을 포함시키고 싶어진 것을 표현하는 상징적 복선이 아닐까 해석된다.

결국 벤의 단독적인 꿈에 대한 이야기에서 다시 둘사이의 이야기로 발전한다. 그리고 샤론이 언젠가 화가를 만나보고 싶었다는 이야기 끝에 1분 24초쯤에 까페안에 흘러나오던 로멘틱한 BGM이 커진다. 그리고 샤론은 '정말 로멘틱하자나'라고 이야기하며 둘의 마음이 서로 깊어져 가는 것을 표현한다.

이 장면은 샤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벤이 처음으로 샤론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은 샷의 선택 카메라 무빙, 그리고 최종적인 BGM의 고조를 통해 이들의 감정의 연결을 관객에게 느끼게 해준다.




전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플래쉬백은 이제 더이상 하얗게 화면이 펑하고 터지면서 들어가는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최근의 감독을은 부드럽게 등장인물들이 회상씬을 소개할 수 있도록 배려 하고 있다. 올드보이에서 문을 열때나는 종소리와 여성의 무릎 그리고 회상장면의 자전거 소리와 윤진서의 무릎으로 들어가는 회상씬이라던지 창밖을 바라보는 최민식의 모습에서 어느새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모습등이 바로 그 노력의 결과다.

영화 '캐쉬백'이 이터널 선샤인과 비슷한 표현양식을 보여준다고 말했었는데 특히 이 부분은 2009/02/16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꿈같은 표현 <이터널 선샤인> 장면과 거의 똑같다.

캐쉬백은 회상씬의 도입을 이터널 선샤인은 회상씬에서 돌아올때 세트의 미쟝센을 구축해서 표현한다.

<카메라가 왼쪽으로 이동하면 마트에서 벤의 어린시절 집으로 장소가 바뀐다>

동영상 클립을 보면 알겠지만 위의 네장면은 한컷이다. 왼쪽으로 이동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진열대의 바로 옆에 어린시절 벤이 앉아있는 집 벽으로 이어져 있다. 이것은 편집효과도 아니고 컴퓨터 그래픽도 아니며 위의 이터널 선샤인처럼 이 한컷을 위해 세트를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화도 이런 한컷을 위한 미쟝센 세트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해봤다.

아무튼 이 장면은 벤의 속삭이는 나레이션을 따라 자연스럽게 회상씬으로 넘어간다. 사실 편집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관객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잡혀있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하지 않고 그냥 컷으로 벤의 어린시절 모습으로 넘어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영화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그로인한 지적인 재미를 추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캐쉬백이라는 영화를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 벤의 회상씬들이 상업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인과구조 플롯에서 꼭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즉 특히 이 장면의 벤의 회상은 마트에서 시간을 멈춰두고 여성들의 옷을 벗겨놓고 그림을 그리는 그의 취미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멈춘다는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 마치 그 이야기를 하다가 쓸데 없는 이야기로 파생된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건 중심의 고전적인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적 목소리에 관한 영화이다. 때로는 꼭 나와야하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아니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들을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여유있고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리고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인과관계가 아닌 좀더 심오하고 감정적인 인과 관계가 있을것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감독이 그러한 면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작업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러한 회상씬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벤을 더 잘알게 해주고 의도적으로 감정을 조절시킨 클라이막스가 아닌 진심으로 그의 사랑을 응원하게 만들어서 영화의 결말에 느껴질 희열을 준비한다. 



영화 캐쉬백은 시간을 멈춘다는 소재를 이용해서 더이상 SF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을 대단한 능력인양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멈추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저 멈출 뿐인 것은 되돌리지 못하는 약한 능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시간을 멈추고 무음속에 울려퍼지는 나레이션이 이 영화를 '벤'이라는 남자 주인공의 심리를 돋보기로 들여다 본것처럼 묘사한다.

<멈춰있는 여성들 사이로 달리인 한다>

사실 시간을 멈추는 표현이야 쉽다. 그냥 찍어놓고 스틸을 잡으면 되니까. 하지만 이 영화처럼 멈춰있는 사이로 카메라가 돌진하고 그 사이로 한명만 움직이는 촬영은 결코 쉽지 않다. 아마추어들은 하고 싶어도 절대로 못하는 정도의 여러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영화를 처음봤을 때 어떻게 한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스트 룸에서처럼 색보정을 심하게 한다면 크로마키를 이용한 합성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닌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실제로 멈춰있는 사람들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더미를 만든 것인가 생각해봤지만 그건 아무래도 티가 나거나 오히려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고 차라리 길에서 동상처럼 서있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섭외 한 것이라 보여진다.

아무리 돌려봐도 손가락 까딱 안하지만 이것은 롱샷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동상으로 둔갑하는 그들에게 있어서도 매력적인 일이라고 여겨진다.

방법이야 어쨌든 이런 촬영의 효과는 크다. 확실하게 벤이 시간을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런 달리촬영이나 그 사이로 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여기서는 없지만 특히 던진 우유 앞에다 사람을 가져다 놓는) 너무나 허접한 표현방식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멈춰 보이게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혼자서 움직이게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캐쉬백은 카메라 무빙을 통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천천히 전진하는 카메라 워킹이 '시간을 멈춘다'라는 행위의 위대함이나 위험성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그저 벤의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처럼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멈춰 보이는 효과는 사실 텐션이 크지 않은 이 영화에서 큰 볼거리로 작용한다. 실제로 캐쉬백의 홍보는 모두 이 '시간을 멈춘다'라는 것에 있다. 이렇게 시간이 멈춰진 장면에서의 촬영은 너무도 아름답다. 이것은 벤의 내면과 영화에서 펼쳐지는 그의 사랑이야기마저 아름답게 장식한다.


모두가 멈춰있는 순간 당연하지만 소리는 전혀 사라지고 관객들에게는 오직 벤의 나레이션만이 들려온다. 관객들에게 직접 전하는 이 이야기야 말로 이 영화를 어렵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볼수 있는 가장 즐거운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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