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꼭 이런거 쓸때는 히치콕 형님 이야기부터 하게 되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현대 스릴러의 아버지니까.. 지금의 스릴러의 기초를 만들어낸 분이고.. 깨끗한 화면 대신 걸쳐찍기를 통해 훔쳐보는 느낌을 창안하신 분이니까..

사고를 위장해 청부살인을 하는 소재의 영화 '액시던트'에는 그래서 이런 걸쳐찍기가 당연하게 사용된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일이 잘 되는지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는 주인공의 시선. 하지만 그 시선뿐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관객에게 누군가 어디서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타이틀 이후에 나오는 조직의 두목 청부살해 장면>

구조대가 오는 길을 막고 타겟의 기분을 짜증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차에 펑크가 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앵글은 심상치 않다.

위의 첫장면을 보면 여자의 차의 앞쪽 다른차 안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주인공 팀의 인원이 아니다. 할배는 살수차를 타고 다른쪽 코너에서 나오며 뚱보는 계단 위에 대기하고 있고 주인공은 어딘가에서 서서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앵글은 그저 '누군가의 시선'이 되어버린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샷이라면 3인칭 시점이 맞지만 영화에서의 p.o.v를 제외한 모든 샷이 3인칭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모두다 누군가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샷이 3인칭이 아니라 1인칭. 그것은 영화가 각 샷마다의 인칭을 달리할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가능한 것이다.

아무튼 위의 2번째 장면역시 그렇다. 타이어의 펑크를 보여주기 위해 낮은 위치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의도적으로 오른쪽에 차를 한대 걸쳐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것은 차한대가 펑크나면 이 도로가 꽉 막힌다는 설정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앞의 사물을 걸쳐 찍어서 고의적으로 훔쳐보는 느낌을 계속해서 전달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계속된다>

그런 장면을 보여주는 롱샷 역시 군중속에서 훔쳐보는 느낌이다. 맨위의 샷을 보자.
의도적으로 앞에 한 남자의 그림자를 놓았다. 사실 깔끔한 화면을 위해서라면 이 남자는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수일리는 만무하다.

감독은 계속해서 이 '사고'를(이 때는 관객들은 사고가 아닌것을 모르니까) 누군가에 의해 지휘되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3번째에도 뚱보의 모습을 일부러 노출시킨다. 물론 그전에 할배가 타겟에게 물을 뿌릴때 들어가는 표정을 보여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영화의 극초반 관객들은 너무 정신 없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잠깐씩 보여주는 이 정보들은 완전히 조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런 장면들로 인해 오히려 불안한 뉘앙스를 전달하게 된다.

마지막의 장면을 보자. 플랜카드가 자신의 차 앞유리를 덮어버리자 짜증이 극에 달한 타겟은 앞에 있는 아저씨에게 치우라고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의 앵글은 어째서 이런가?

일반적으로 찍는다면 타겟이 말하고 아저씨가 듣는 장면이니까 타겟을 걸쳐서 아저씨를 찍던가 아니면 아저씨는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까 걸쳐서 곧 살해당할 타겟의 화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장면은 엉뚱하게 차 뒷편에서 찍혀 있다.

이것은 확실하게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타겟의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며 이 상황을 조종하고 있다고. 물론 이렇게 확실한 지시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걸쳐 찍기의 모든 장면들이 이 '사고'를 뭔가 있다라고 관객에게 느끼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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