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17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플래쉬 백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에서와 똑같은 방식의 플래쉬 백이다. 특히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서 보여준 플래쉬백을 통한 비꼬기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수지에게 차인 벤에게 충고를 하는 친구 숀>

벤과 숀이라니.. 포스팅하려고 하니까 이름이 짧아서 좋다... 팅팅탱탱 게임할때도 유리하겠군 극중이름이 반니스텔루이 요딴식이면 쓸때마다 길어서 짜증나..

아무튼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알려진 벤이 수지에게 차였다는 사실. 그 직후 학교에서 친구 숀은 벤에게 충고를 한다. 그 충고의 내용이란 바로 벤이 끝내주는 여자를 만나면 수지가 다시 돌아올거라는 내용이다.

이 대사는 3가지 기능을 하고 있다.

첫번째로 대사 직후 벤의 나레이션과 함께 보여주는 숀의 과거를 통해 익살을 유발한다.

<따귀,물,물,따귀,물을 맞는다>

숀의 충고를 듣고 벤이 '숀의 성공적인 여자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죠'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숀의 과거를 보여준다. 여자들에게 따귀를 맞고 물을 맞고 또 물을 맞고 따귀를 맞은 직후 같은장소에서 다른여자에게 물을 맞는 장면.

이걸 언어로만 바꾸자면 숀의 대사가 이어지고 벤이 말하기를 '숀의 성공적인 여자관계가 상당히 인상적이죠, 그는 매번 만나던 여자들이 따귀를 때리거나 물을 끼얹으며 이별을 고했으니까..'라는 정도의 설명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플래쉬백에서의 장면은 조금은 과장된 기법이긴 하지만 코메디라는 장르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상요하고 있는 과장법을 코믹한 장면에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또한 정석적인 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러한 코메디이외에 또, 숀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이 대사와 플래쉬백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숀의 여자 밝힘증, 하지만 또 여자에게 크게 인기가 있지는 않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복선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내러티브적으로 클라이막스의 사건에는 바로 이 숀의 대사로 설명되어진다. 젠킨스의 생일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벤과 수지. 하지만 벤이 새로운 여자를 데리고 나타나자 수지는 다시한번 벤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벤에게 다시 접근하고 키스한다.

이 사건이 가지는 타당성에 대해서 따져보면 샤론이 화를 내는것은 당연하다. 그는 옛여친과 이별했다고 말했고 샤론과 벤은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으므로. 하지만 수지가 자신의 현재 남친인 동생 젠킨스와 함께 나타나서 그 자리에서 이렇게 벤을 꼬시는 것은 조금은 납득이 안가는 상황이다. 영화에서는 수지가 젠킨스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그녀가 벤을 그리워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족한 인과관계를 우리는 앞에서의 숀의 대사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벤이 멋진여자를 데리고 나타나면 수지는 경쟁심리에 벤을 다시 빼앗고 싶어질 것이다. 여자들은 서로 경쟁하니까.

이것은 여자에게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가치가 높은 것. 가치가 높고 가지기 어려운 이성에게 사람은 끌리게 되어있는 것이다.

즉, 단순히 재미있게 구성된 장면 같지만 이 플래쉬 백을 통해 코메디를 만들고 숀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영화의 클라이 막스에서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동시에 설명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장면은 마치 이터널 선샤인에서 미쉘공드리가 보여주는 표현양식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캐쉬백이라는 영화역시 상당히 스타일리쉬하게 표현된 영화이므로 이런 방식에 이질감은 없다.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표현이 피하고 싶은 파괴적인 느낌이라면 캐쉬백의 표현양식은 피할수 없이 빨려드는 느낌이다.

<간단하게 사운드 이야기부터 해보자>

수지에게 전화해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벤. 하지만 수지는 안된다고 말한다. 전화를 하는동안 천천히 들려주던 스릴러 영화식의 불길한 음조가 벤의 '녀석이랑 잤어?'라는 대사에 귀에 확연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지의 '응'이라는 대답과 함께 벤의 일그러진 표정이 나오자 음조에 슬픈 멜로디가 더해진다.

그리고 결국 수지가 전화를 끊자 5초 정도의 '우퍼'라고 부를만한 쿵쿵쿵쿵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무기력하게 보이는 벤의 가슴이 심하게 쿵쿵거린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관객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좋은 영화라면 영화의 음악도 이렇게 디테일한 연출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찍은 단편영화에 어쩔수 없이 기존의 곡을 통째로 삽입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순간순간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음악이야 말로 진정한 영화 음악이다.

<전화를 끊은 벤은 뒤로 미끄러지더니 어느새 침대에 눕게된다>

꽤나 이터널 선샤인 같은 이런 몽환적인 표현. 수지가 자신을 떠나 다른남자를 만나지만 침대에 드러눕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벤의 심정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전화가 끊긴후 장소가 벤의 방으로 바뀌어 벤이 드러눕는다면 어떨까? 적어도 벤이 걸을 기운은 있구나라고 느껴질 수 있다. 이 표현과 비교하자면 현재의 표현 방법은 벤은 걸을 기운조차 없이 그저 침대에 드러누울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의 전반에 걸쳐있는 벤의 무기력한 이미지에 딱 맞는 표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어떻게 표현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마 세트를 하나 만든 것 같다. 학교 복도처럼 보이는 곳 뒤에다 벤의 방바닥처럼 보이는 벽을 만들어서 이동차 같은곳에 벤을 올려놓고 후진하면 찍은 것이라 생각된다. cg를 이용한 기법 같지만 세트라면 미쟝센이라고 생각해서 제목에 썼다.

그리고 전화를 하는 컷은 전체적으로 꽤 긴 롱테이크에 ARC를 사용해서 촬영됐다. 전화를 거는 벤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시작해서 얼굴에 환한 빛이 들어왔다가 수지와의 대화가 절망적으로 이어지자 어둡게 처리되는 벤의 얼굴과 젠킨스와 잤다는 그녀의 말을 들은 벤의 표정이 정확한 타이밍에 촬영되도록 구성된 훌륭한 샷이다.

실제로 많은 영화에서 이렇게 인물의 뒷모습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돌아가는 ARC의 샷을 많이 보여주는데 확실히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터널 선샤인이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에 대한 이야기와 꿈같은 이야기의 영화니까.


영화 캐쉬백은 시간을 멈추는 남자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영화가 시간을 멈추는 남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별할 때 나를 향해 욕하는 여자의 얼굴표정을 고속촬영하는 느낌, 이 세상이 다 정지하고 사랑하는 우리 둘만이 움직이는 느낌을 영화로 표현해 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토리를 위해 장면을 구상하는 영화가 아닌... 장면을 위해 스토리가 생겨난 그야말로 이것은 연극에서 파생된 것이 아닌 영화에서 파생된 영화다.

고속촬영은 2009/02/22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정보전달의 통제를 통한 시점화 <포 미니츠,Vier Minuten>를 참고하도록 하자.


<젠장 캡쳐된 사진은 여전히 찌그러져있군>

이영화는 곰플레이어에서 2.35:1로 설정해놓고 봐야 정상적인 비율로 나오는데... 그렇게 해놔도 화면 캡쳐는 여전히 이렇게 위아래로 늘어난 그림을 잡아내는군...
곰플레이어에게 실망이다..

아무튼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 벤을 향해 뭐라고 미칠듯이 쏘아대는 수지의 얼굴이다. 그녀의 일그러지는 얼굴과 하트 모양의 어니언링처럼 되버리는 입술 그리고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떨어지는 침마저도 모두 담아내고 있다. 고속촬영으로 보여진다.

대충 봐서는 초당 48프레임정도로 촬영된 것 같다. 그래서 2배정도로 느리게 플레이되는.. 아무튼 이 효과가 나는 이 영화의 모티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 우아한 음악에 깔리는 고속촬영이 너무나도 고요하게 아름다운 사랑의 전반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영국영화의 배경은 참 아름답지 않다. 날씨 때문인지 항상 흐리고 배경은 딱딱하다. 하지만 이 영화 캐쉬백은 아름답다. 그것은 배경의 미쟝센 때문이 아니라 이 영화의 속도 조절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사실 복선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복선이라고 하기보다는 씨뿌리기라고 생각해야겠지만... 아무튼 나중에 벤이 자각하는 능력.. 즉 시간을 멈추고 느리게하거나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수지와의 이별장면에서 부터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벤도 자각하지 못하고 관객역시 단순한 영화적 특수효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영화를 잠식하는 통일된 표현수단. 느린 아름다움의 시작이다.
감독은 이미 이 시점에서 부터 벤이 이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는 의외로 유머스럽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주인공 벤의 표정처럼 조금은 우울하고 정적이지만 의외로 유머스럽다. 특히 이 장면의 몽타주 역시 그렇다.

머그컵에 머리를 맞은후 다시 수지가 던지는 스탠드가 날아오는 장면이 이전보다 훨씬더 고속촬영되어 보여진다. 하지만 그 직후에는 벤이 스탠드에 맞는 장면 대신 그가 흘리는 피에 대한 몽타주가 보여진다. 벤이 자신의 식사에 케찹을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머리에 피가 새어나와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대신에 이 케찹장면으로 대신한다.
꽤나 유머스럽지 않은가? 에이젠슈타인이 몽타주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을 알면 러시아 혁명이라도 일으키겠지만 현대에는 이렇게 유머스럽게 이용되는 것이 흔하게 볼수 있다. 그냥 다음장면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자연스럽지 않은가?

그리고 감독은 이런 재치로 인해 심각한 이별장면에서 심각하지 않은 분위기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사실 이영화에서 벤은 혼자서 심각해 하지만 관객들은 수지와의 이별에 대해서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게 감독이 의도겠지만...


영화의 첫대사가 너무 좋다.
인간의 두개골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대략 500파운드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감정은 훨씬 더 깨지기 쉽다.

유럽식의 서정적인영화 캐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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