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또도의 어린시절 보물을 찾은 아멜리에는 그것을 몰래 그가 지나갈 공중전화에 놓아두고 전화를 걸어 그를 유인한다. 그가 보물을 발견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는 아멜리에의 감정에 대한 연출이 어떤지 살펴보자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부분이 입김으로 뿌옇게 되있다>

영화를 보면 브레또도가 지나가는 타이밍에 맞춰서 공중전화를 걸고 있던 아멜리에의 입김으로 입부분의 유리가 뿌옇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장면은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단편영화를 찍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촬영하다보면 입김에 의해서 뿌옇게 되는것은 일상다반사이다 창문밖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거울을 가까이에서 보는 장면에서도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당연히 촬영할때는 티슈로 창문이나 거울을 닦고 배우에게 숨을 참아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입김으로 뿌옇게 된 부분이 한국의 뮤직비디오에서 여배우의 입부분의 포커스를 나가게 한 것처럼 오드리 토투라는 배우를 더 예쁘게 보이게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도 들게한다

어째서 감독은 입김을 닦지 않았을까
사실 저런 리얼리티는 오히려 극의 진행을 방해한다고 판단 되기 때문에 촬영시 닦는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실제로 입김에 의해 뿌옇게 되지만 그럴때 관객들은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뿌옇게 된 부분을 보며 극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장면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나는 영화를 보면서 저장면에서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대의 관객은 이정도로 극의 진행을 방해 받지 않을 정도로 단련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의 입김이 실수가 아니었다는것을 보여주듯이 다시한번 완전히 뿌옇게 된다>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브레또도를 응시하는 윗그림의 장면에는 입김이 뿌옇게 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순간적인 재치를 통해서 감독은 한가지 의미를 만들어낸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입김이 없어진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이미 전화기를 내려놓은 이후의 시간이 너무 길다
그렇다면 이 부분의 입김이 사라진것으로 감독은 그녀가 '숨을 죽이며 지켜보고 있다'라는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을 보면 그녀의 입부분이 전에 없이 크게 뿌옇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브레또도가 상자를 열어본 직후에 나오는 컷으로 아멜리에가 숨죽여 지켜보다가 상자를 여는순간 안심하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는 연출로 보여진다
이렇게 해석한다면 처음부터 감독은 그녀의 입김의 유무를 통해서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의 사진에서 한번 작은 입김을 보여준후 입김없이 깨끗한 유리를 보여주었고 마지막에 커다랗게 뿌옇게 된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너무나도 세심한 연출이기에 많은 관객들이 자칫 놓칠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앞에서 소개했던 아멜리에의 긴머리 한컷 2009/09/10 - [영상문법] - 머리스타일의 미쟝센 - 아멜리에
 을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디테일한 연출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상자를 발견한 브레또도를 계속해서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한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아멜리에의 컷이 그렇다면 그녀가 훔쳐보고 있는 브레또도는 틀어진 수평으로 로우앵글에서 촬영된다
로우앵글이라고 하면 위대함, 공포심으로 배우게 되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특히 나는 로우앵글의 2가지 큰 위력으로 코메디, 감정적인샷 이라고 생각한다
이부분의 로우앵글은 그래서 나는 감정적인 샷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잡은게 아닐까
물론 앞뒤의 문맥을 생각해본다면 아멜리에의 시점이기 때문에 로우로 촬영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보다는 브레또도의 감정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틀어진 수평의 이유도 찾을 수 있다
틀어진 수평하면 불안감, 역동적이라는 기본적인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부분의 촬영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역동적 감정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수평에 맞게 촬영된 것과 살짝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된 것을 비교해 본다면 후자가 더욱더 감정적인 샷을 만들어 낼수 있다고 생각한다

틀어진 수평으로 촬영하는 것을 영화 '아멜리에'에서는 굉장히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다음번에 틀어진 수평으로 된 한 장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누벨바그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영상문법 거리두기 (소격효과) - 브레히트가 만들었지만 영화에의 도입은 누벨바그가 아닐까..
그것은 이전의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화와 관객과의 단절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영화는 그 안에서의 인물과 스토리가 존재한다 관객은 자연스레 그 안에 있는 사람처럼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이 거리두기 기법으로 많은 감독들은 관객을 영화 밖으로 쫓아낸다 영화와 관객의 거리를 두고 소외시키는 것이다

관객이 영화안에 몰입하여 현실과 영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현대의 영화에서는 하나의 효과적인 표현양식으로 존재한다

거리두기의 대표적 방식은 누가 뭐라해도 카메라를 직접보며 관객에게 말하기 이다
아래의 사진을 보자

<카메라를 직접보고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아멜리에>

촬영의 불문율중에 하나가 배우로 하여금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언제나 영화밖에서 그것을 즐겨야 하며 똑바로 응시된 시점은 관객을 당황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관객은 다르다
몇십년이나 된 이러한 방식에 깜짝 놀랄 관객은 많지 않다
특히 나이를 먹고 영화를 수백편을 본 관객들에게 이정도의 표현은 그저 익살스러울뿐이다

아무튼 누군지도 모르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로 진행되던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아멜리에는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건다
극장에서 사람들 얼굴을 훔쳐보는게 취미라며 카메라를 이동시켜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여준다
누벨바그시대의 소격효과는 이러한 방식으로 관객이 영화에 몰입을 하지 못하게 했지만 나는 아멜리에에서의 이러한 표현은 조금 다른 작용을 한다고 본다
여지껏 어떤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던 아멜리에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그저 내가 모르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멜리에가 직접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거리두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관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을 시도하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화시작 12분 정도에 나오는 이 장면은 나(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어준 아멜리에를 더 가깝게 느끼고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보는 듯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놀랍게도 '거리두기'라는 문법을 이용해서 감독은 관객과 극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마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같은 표현기법>

이 사진의 장면 역시 아멜리에가 계속해서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면 정말로 이러한 표현 방식이 관객과 극의 거리를 재인식 시키고 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가까이서 설명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객에게 '난 남들이 못보는 옥에 티를 잘 찾아요'라고 말하면서 뒤에 지나가는 벌레를 혹시 놓칠까봐 TV프로그램처럼 빨간 동그라미를 칠해준다
이러한 표현이 어째서 당신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거니까 몰입하지 말라고 하는 전통적인 소격효과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완전히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여 더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다시한번 아멜리에는 시선을 틀어 관객을 본다>

이 사진을 보면 어째서 감독은 보여주던대로 정면에서 아멜리에가 카메라를 보고 말하게 하지 않았을까?

나는 모든 샷은 영화에 등장하던 하지않던 그자리에 위치하는 누군가의 시점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샷을 살펴보면 아멜리에의 옆에서 촬영된 이 로우앵글은 마치 옆자리에 앉은 꼬마에게 말을 거는것 처럼 보인다
처음의 정면응시가 처음으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장면은 마치 옆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시점으로 촬영 되었다(아멜리에의 얼굴이 아닌 영화안의 영화 화면이 촬영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이 시점에서 아멜리에는 옛날 영화에서는 운전자가 길도 안보고 운전한다는 정보를 자신보다 어리고 옛날영화를 보지 못했던 꼬마에게 이야기 하듯이 말하고 있다
실제로 아멜리에의 옆자리에 꼬마가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그녀의 이 옛날영화 설명이 이 시점으로 촬영되어야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꼬마의 입장이 되어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실 아멜리에라는 영화를 보면 소격효과라고 부르기 애매한 여러가지 익살스러운 표현 방식들이 나온다
소격효과라는 것은 옛날의 영화에서 하나의 새로운 시도를 정리한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 영화의 표현을 이러한 용어에 모두 접목시켜서 설명하기는 어려울 듯이 보인다

하지만 내가 소개한 이부분 만큼은 소격효과의 대표적 방식으로 새로운 표현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를 기억하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당시 너무나도 새롭고 유쾌하고 발랄한 영화였으니까
이영화는 굉장히 자유롭고 기발한 표현들이 많지만 특히나 뛰어난 것은 바로 미쟝센이다 몇편이나 계속해서 소개하게 되겠지만 우선 그 첫번째 글이다

오드리 토투가 맡은 '아멜리에'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밖으로 살짝 말아올린 단발머리 일 것이다
영화를 보면 어릴적부터 커서까지 쭉 단발머리를 하고 있지만 단 한컷 그녀가 긴 머리를 하고 출연하는 장면이 있다

<단 한컷 그녀가 집을 떠나는 뒷모습에서만이 긴머리를 땋고 있다>

위의 사진중 두번째 것을 보자 바로 이 장면이 이영화에서 유일하게 아멜리에가 긴 머리를 하고 나오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직후에 나오는 세번째 컷을 보면 집을 떠난 아멜리에는 바로 단발머리로 돌아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긴머리의 단 한컷은 너무나도 잠깐 지나가서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을 눈치챈다면 감독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어릴적부터 상상력이 풍부하게 자라고 장난을 좋아하는 성격의 아멜리에에게 단발머리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성격을 보여주기에 적당하며 개구쟁이에게 긴머리는 가끔 문제가 생길때가 있다는 현실성도 반영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년동안 '죽음과 같은 세계'에서 살았던 아멜리에의 삶을 길게 땋은 단 한컷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고집스럽고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아멜리에에게 그 5년은 너무나도 심심한 것이었다
감독은 그것을 '죽음과도 같은 세계'라고 나레이션으로 표현하지만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길고 구구절절하게 보여주기보다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길게 땋은 머리를 단 한컷 보여줌으로써 감독은 그 '죽음과도 같은 세계'가 아멜리에에게 어떠한 것이었는가를 설명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 장면을 눈치챘을까?
필자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 전혀 몰랐었기 때문에 사실 이 장면을 찾아내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죽음과도 같았던 그 세계에서 곰인형은 버려져 있었다>

죽음과도 같았던 5년동안의 삶이 나레이션으로 설명되는 동안 마당에 버려진 곰인형은 닳고 닳아서 튿어져버린다
아멜리에가 가지고 놀던 이 곰인형은 그녀가 심심하게 살았던 그동안 밖에서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도구로 사용된다

곰인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5년동안 버려진 그녀의 상상력과 삶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혼자서 방치된 아멜리에 자신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찢어지고 닳아빠진 곰인형을 버린채로 아멜리에는 집을 떠난다

머리 스타일은 분명한 미쟝센의 하나이다
스토리나 대사같은 텍스트적 의미가 아니며 오디오 신호도 아닌 영상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멜리에를 단발머리로 만들어서 그녀의 캐릭터와 외모를 일치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단 한컷의 변화를 이용해 그녀의 5년동안의 삶의 이야기를 더없이 압축시켜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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