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대화하는 줄알고 지켜보는 하나>


주인공 남자를 만나기 위해 혼자서 전철을 타고 온 하나 그를 발견하지만 그는 여자친구 인듯 보이는 여자가 앞에서 엄청나게 눈웃음을 짓고 있다
위 그림처럼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지켜본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둘의 대화가 아니다

<얼굴을 찡그릴정도로 밝게 웃는 여자가 마치 주인공을 보고있는것 같다>

무엇인가 책을 읽는 남자와 앞에 있는 여자는 마주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애인의 존재를 카메라에 비춰주어 관객의 오해를 풀어준다>

<하지만 하나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여 이장면을 놓치고 만다>

<마지막으로 둘이 마주보고 여자가 웃는 장면을 하나에게 목격하게 한다>

사실 남자는 만담 동아리로서 책을 보며 만담을 연습중이었고 (그래서 마치 대화하는것처럼 입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는 앞에 앉아있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대화중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시점으로만 보여준다 하나의 눈을 통해서 함께 바라보는 관객역시 속을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가 순간 풀이죽어 고개를 떨구는 순간 다시한번 하나의 시선쪽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새로운 남자의 등장이다.

주인공이 혼자서 만담 연습을 하자 여자는 이 남자애 좀 이상한것 같다며 남자친구에게 말을 하고 그것을 살펴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남자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얼마나 재치 있는 연출인가

사소한 오해가 빚어져 스스로 실연했다고 하나에게 믿게끔 만드는 장면이다
정말로 이 직후 만난 앨리스가 실연했냐고 묻자 무언으로 답하는 하나의 심정으로 우리는 그녀가 오해를 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사실 이 속임수는 영화의 큰 스토리를 짚어보면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 직후 하나는 이 남자가 만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남자를 따라서 만담 동아리에 들어가고 결국 이 순간의 오해는 다시는 언급되지 않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장면은 굳이 왜 보여주는가?

첫째로 이것은 대서사시나 액션영화처럼 큰 줄기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다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이니 만큼 사소한것에 웃고 사소한것에 울게 해야하는 스토리의 디테일함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때문에 이와이 슌지는 한순간의 장난같은 장면이지만 이러한 장면을 통해 하나가 실연했다고 믿게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사랑이란 것이 얼마나 사소한 것에 오해하고 혼자서 포기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감독은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 이후에도 만담동아리에 따라서 들고 남자에게 맹랑한 거짓말을 하는 저돌적인 하나의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영화 초반에 이런 좌절감을 심어준 것일수도 있다.
영화 내내 하나의 사랑은 계속해서 절망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연출은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준다
나는 이것이 이 장면을 선택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하겠다
영화의 어느 장르던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것은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행해지며 이것은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의 문법중 하나이다
한단어로 정리할순 없지만 이 직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관객에게 순간 오해를 시키고 그직후에 다시 알게 함으로써 영화의 스토리와는 다른 재미를 첨가 시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인 하나에게 다가온 앨리스가 실연이냐 묻자 하나는 그저 사진기를 든다>

하나와 앨리스 전반에 나오는 이러한 귀여운 장면들은 이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장면들만을 따로 모아 이야기 해보겠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하나와 앨리스의 한장면에서 계속해서 사용되는 셔레이드 기법이다 사실 이 셔레이드란 것은 전에 소개한 '영화적 문체 - 은유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내 생각에 이 둘은 서로 겹칠때도 있으며 사실상 거의 같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은유를 언어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방식이라면 셔레이드는 비언어적으로 대치시켜야 하는 영상 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셔레이드라는 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비언어적 감정표현이다
대사로 전달되지 않는 일련의 행동이나 또는 화면구성으로 되어있는 것들이다
나는 굳이 영화에서의 은유적 표현과 셔레이드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상에서 소개할 3가지 셔레이드중에서 나는 한가지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나로서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나만의 구분방식이다

우선 소개하려는 장면부터 설명하겠다
하나는 남자에게 거짓말을 한다 
바로 하나와 그는 얼마전부터 사귀기 시작했으며 남자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기억상실에 걸려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물론 이것은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한 하나의 거짓말이다
어쨌든 둘은 사귀게 되지만 그는 하나의 집에 놀러가서 컴퓨터를 고쳐주다가 하나가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로 입학하기전날짜의 자신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하나가 거짓말을 했음을 깨닫고 절간에 있을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추궁한다
바로 이 영상이 추궁장면이다

먼저 첫번째 셔레이드 장면을 소개하겠다

<스님에게 채로 맞는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렇게 채로 얻어 맞는 것은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하다는 꾸짖음이다
이 장면은 사건 직전에 설정샷 같은 곳에 짧게 나오는 것이므로 단순히 생각하면 그가 지금 절에 와 있다라는 정도의 정보밖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뒤의 사건을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컴퓨터에는 왜 그녀가 입학하기전의 내사진이 있었을까 이것은 그녀가 그전부터 날 좋아한다는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녀에게 끌리지 않는데 혹시 그녀가 거짓말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는 설정인 것이다

때문에 이 장면 직후 소년은 하나에게 전화를 건다
굳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잡은 사각 로우앵글로 이 맞는 장면을 클로즈업 한 이유는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그러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장면은 복잡한 소년의 심정을 나타내는 셔레이드인 동시에 이 직후에 하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컴퓨터에서 사진을 찾아낸 사실을 추궁하는 사건에 대한 복선인 것이다 

두번째 셔레이드는 바로 내가 이 부분을 집중있게 본 많은 관객들이 느꼈을 그런 노골적이고 아주 익살스러운 부분이다
소년은 전화를 걸어 하나와의 통화가 시작된다

 
<소년의 지시대로 하다가 튀어나온 사진을 본 하나는 눈이 똥그래지게 놀란다>

남자의 지시대로 컴퓨터를 조작하던 하나는 깜짝 놀란다 자신이 입학전에 몰래 찍은 사진이 나왔기 때문이고 이것을 남자에게 들켰다는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당분간 계속되는 남자의 추궁과 함께 절의 경 읽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그것은 마치 '딱걸렸네~ 딱걸렸어~' 하는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틀림없는 이와이 슌지의 의도이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것을 진지하고 나쁜것으로 이야기 하는것이 아닌 익살스럽게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보여진다 

한동안 계속되던 경읽는 소리는 남자가 모든것을 추궁하자 어느새 사라지고 영화적으로 배제된 완벽한 묵음으로 보여진다 아무런 배경음도 없는 완벽한 고요
이것은 당황하던 하나의 감정이 끝난것과 어떻게하지 하고 고민하던 하나의 생각도 정리가 됐다는 연출적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은유적 표현'이라고 부르고 싶은 3번째 셔레이드가 나온다
 
<자리를 고쳐 앉는 하나의 뒷모습>

그녀는 그가 모든것을 알아챈것에 당황을 느끼고 어떡하지 하며 머리를 굴렸다
이것은 관객들도 당시에 그녀와 동일시 되어 느끼는 감정이고 그직후에 나올 하나의 반응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그러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하나는 꽤나 재미있는 대답을 내놓는다
바로 거짓말을 자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거짓말로 이 사실을 무마하려 한다
이 위의 사진은 하나가 앉은 자세를 고쳐 앉는 장면이다
그녀는 여기서 왜 굳이 옆으로 돌려 앉았을까?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 이유로 감독과의 상의도 없이 이루어진 행동은 아닐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그녀에게 새로운 거짓말을 하기전에 그녀의 결심을 나타내는 셔레이드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세를 고쳐 앉은 그녀의 뒷모습은 바로 여기서 굽히고 자백해서 이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하나의 굳은 의지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이 부분에서 느낀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통화의 장소로 이와이 슌지가 '절'을 택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 소년이 절에 찾아가야 하는 논리적인 사건은 없다
그렇다면 감독은 무엇을 위해 굳이 절에까지 가서 촬영을 해야했을까
우리나라의 단편영화라면 그냥 자기 자취방에서 전화했을텐데
그것은 초반에 나온 잡념으로 가득차 스님에게 얻어 맞는 장면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소년이 잡념으로 가득차 있는것은 얼마든지 표현할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넋을 놓고 있을수도 있고 자취방에서 끓이던 라면이 물에 넘치고 있을수도 있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을 선사한 경읽는 소리를 그녀의 당황하는 감정에 매치시키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소리가 있지만 여기에 나온 소리만큼 그녀의 당황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소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매치를 이와이 슌지는 찾은 것이다

두번째로 재밌는 것은 절에 있는 사람들은 왜 외국인인가 하는것이다

<대체 왜 일본의 절에서 외국인들이 경을 읽고 있는가?>

설마 일본에 있는 외국인들이 인건비가 싸서? 굳이 일본의 절에는 다소 어울리지도 않는 외국인을 엑스트라로 고용한 것일까?
이것은 약간은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이와이 슌지가 그녀의 당황스러움은 전세계급이다라고 익살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실상 이것은 내 추측이고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이와이 슌지가 이 영화를 귀여운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디테일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몽타주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주장한 편집 이론이지만 현대에서는 실제적으로 스토리보드 상에서부터 기획된 경우가 많으므로 연출기법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간단하게 뜻을 설명하자면 컷A와 컷B가 충돌해서 새로운 뜻을 창조한다는 것으로 남자의 무표정한 얼굴컷(A)과 접시에 담긴 요리컷(B)이 만나면 남자는 배가 고프다거나 요리를 먹으려고 한다는 전혀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는 이론이다

어쨌든 현대 영화에서 대부분의 컷이 충돌이 아닌 화합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가끔 몇몇 감독들에 의해 몽타주가 - 주로 씬과 씬의 연결에서- 보여지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장면은 발레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삔 앨리스가 아파하자 하나가 봐주러 왔다가 앨리스의 발에 얼굴을 맞아 드러눕는다

그리고 다음씬에서 병원의 두개골 사진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보는이들은 이것을 당연스럽게도 앨리스의 발에 얼굴을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의외로 남자주인공이 기억상실을 진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장면이라는걸 곧 알게 된다.

<사진A - 얼굴을 감싸고 드러누워있는 발레녀>

<사진B - 병원의 두개골 X - RAY 장면>

영화의 스토리상 하나가 얼굴을 맞는 장면은 전혀 의미가 없다
물론 자연스럽게 병원에 갔던 앨리스가 남자와 만나게 되는 것이 이 사건의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두 장면을 이어붙여서 전혀 새로운 사실을 만들게 된다
물론 이것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조크같은 훼이크이며 영화에서 크게 작용하는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의도한 몽타주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야할 것이다
병원씬의 첫컷을 단순하게 병원의 설정샷으로 하는게 가장 무난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맞은 친구가 병원에 간것처럼 보여지긴 했겠지만 말이다)
결국 이러한 두 쇼트의 충돌로써 얻어낸 효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준다 이것은 CG나 액션 장면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이 두개골로부터 시작한 장면의 의미를 가장 크게 부여해 보자면 앨리스를 따라가던 이야기에서 바로 남자를 만나면 그것이 감독이 '의도한 우연'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슌지형은 순간적으로 이야기를 남자의 시점으로 바꾸어서 남자가 병원에 갔다가 앨리스를 만나는 것으로 시점을 전환 시킨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첫컷의 두개골 사진은 확실히 재미있다.

이러한 몽타주 기법은 한국영화의 장면전환에도 많이 쓰인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시체 부검장면 직후 나오는 생고기를 굽는 장면이나 김상경이 박해일의 자취방에 쳐들어가 발로 찬직후 박해일이 동굴앞에서 넘어지는 시공간 압축 몽타주 또, 올드보에서 이발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의 종소리와 여성이 무릎이 바로 이어지는 회상장면의 자전거의 종소리와 윤진서의 무릎으로 이어지는 몽타주등 으로 쓰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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