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이야기가 버벌키튼의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체포장면도 이 심문 장면에도 버벌키튼은 등장하지 않는다. 역시 이것은 버벌키튼이 영화의 진짜 범인 즉, 카이저라는 것을 위한 복선이 아닐까?

아무튼 이 4명의 심문 장면은 2009/05/05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끝말잇기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의 루디와 마틴처럼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식의 표현은 영화에서 자주 쓰인다>

끝말잇기 역시 라임처럼 여흥적 의미가 크다. 물론 이런 심문 장면에서 형사들이 이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상징적 의미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연출이 효과적일수는 있지만.. 맥마너스에게 형사가 '네 짝 펜스터가 뭐라 불렀게?'라고 묻자 펜스터로 화면이 바뀌며 '누구라고?'라고 대답한다. 펜스터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다시 펜스터가 누구라고? 라고 대답해버린다. 하지만 그 이후의 형사의 대사는 이번엔 맥마너스에 대한 이야기다.

즉 이러한 연출로 형사가 맥마너스와 펜스터에게 니네 둘이 서로 말이 틀린데? 라며 유도심문을 똑같이 하고 있다라는 정보를 전해준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의 정보들이 가지는 의미는 크지 않으므로 이러한 편집은 영화의 초반에 재미를 위해서라는 측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여진다.

<최근엔 대세가 되어버린 점프컷>

장뤽 고다르가 1960년에 네멋대로해라에서 점프컷을 선보였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결코 새로운 문법이 되지는 못했다. 1995년에 만들어진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사용된 이 점프컷도 아주 잠깐 조심스럽게 들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엔 거의 모든영화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라는 시리즈가 대대적으로 사용하면서 영상의 새로운 문법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버벌키튼의 말 - 위의 노란 자막- 이 흘러가는 동안 펜스터는 이야기를 듣다가 립글로즈를 바르고 뒤에 신경질 적인 제스처를 취하는등의 점프컷들이 이어진다. 요즘의 영화들에서는 너무나 흔한 장면이지만 이 당시에는 역시나 아직도 굉장히 낯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오디오가 깔리면서 3컷 정도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점프컷이 새로운 문법으로 적용되는 이유는 바로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컷을 할때는 숏의 사이즈가 변화해야한다는 고전적 헐리우드의 문법 때문에 이런식의 표현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한 컷을 몽타주 시퀀스처럼 미세하게 분리해 놓은 것처럼 작용하는 이런 점프컷들은 한컷이 들어갈 타이밍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물론 점프컷의 용도는 아주 여러가지지만 위의 픽스에서의 효과가 고다르가 사용했던 대표적인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끝말잇기>

그리고 펜스터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입을 벌리면 이 다음 컷의 하크니가 말하는 'I want my lawer'의 두 음절과 싱크가 일치한다. 즉 앞에서의 끝말잇기가 형사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음 사람이 하는 식으로 연결 되었다면 이 컷은 뒤 컷의 하크니의 오디오를 선행시키며 의도적으로 펜스터에게 비슷한 입모양을 시켜서 (실제로 펜스터가 뭐라고 했는지는 알수 없다) 싱크를 일치 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의 끝말잇기가 같은 유도심문이 반복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지만 이 편집은 정말로 영화적 유흥 이외의 의미는 없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장면이 앞의 장면보다 영화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표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에서 영상의 유희만을 위한 표현 양식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급스러운 스킬인가?(아님말고)

플롯과 관계 없는 영상만을 위한 유희. 이것이 영화를 더 고급스럽고 유쾌하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믿는다.(아님말고)



사람들의 입에 거론되던 명작 유주얼 서스펙트를 드디어 봤다. 1995년도면 내가 한창 비디오로 나온 모든 영화를 보던 때인데 왜 이런 명작들은 안봤을까??

14년이 지난후에 보니까 반전이 뭐 그냥 그렇지만 내가 그당시에 봤다면 아마 후덜덜해서오줌을 쌌을정도의 짜임새있는 구성이다.

<마구마구 체포되는 남자들>

영화의 도입부 5명의 남자가 체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것 역시 복선이겠지만 버벌키튼이 잡히는 장면은 없다) 그런데 처음 맥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서 차고로 넘어가는 위의 4컷이 심상치 않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찍은게 아니라는 얘기.

이영화는 온갖 복선으로 가득찬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장면도 역시 복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맥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면 경찰이 들고있는 후레쉬가 카메라를 비추면서 화면이 완전히 하얗게 된다. 그 직후 갑자기 기관총 같은 소리를 내는 정체 불명의 기계가 왠 캔을 하나 흔들고 있다.

이 기관총 같은 소리는 맥 마이너스가 체포되는 장면부터 선행되는데 결국 이후에 자동차를 만지고 있는 타드 하크니가 무기를 실은 트럭을 턴 진범이라는 복선이다. 물론 버벌 키튼의 이야기 속에서 이놈이 진범이라는게 나오는데 버벌 키튼의 이야기는 뭐가 진짜고 거짓인지 판명 불가이긴 하지만 꾸며낼 필요가 없는 이야기는 굳이 진짜라고 믿어보자.

아무튼 이 타드 하크니가 무기트럭을 턴 범인이라고 할때 위 장면처럼 맥 마이너스가 체포되고 나서 나오는 흰 플래쉬와 기관총 같은 소리를 내는 기계는 바로 이놈이 무기를 훔쳐간 놈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물론 영화를 처음 볼때는 그저 단순히 맥이 체포될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며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거칠게 다음장면으로 넘어가는 이음새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몽타주가 가지고 있는 복선적 의미는 영화를 다보고 나서야 이해할수 있다.


복선이 많은 영화인 만큼 수많은 복선들이 들어가는 장면에 상당히 고민한 흔적들이 보이는 훌륭한 영화다. 역시 사람들이 좋다고 입모아 말하는 영화를 분석해보면 감독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장면들을 구성했는지 알게 된다.



위의 영상을 보면 이상하게 컷이 튀는것 처럼 보이는데 내가 중간 부분을 편집해서 들어냈기 때문이니까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마지막 가는 길 자유롭게 살아가는 주인공들 마냥 표현양식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이 영화는 굉장히 여러번 음악을 중간에 뚝하고 끊어버리는데 필자역시 이런 음악 편집법을 굉장히 좋아하므로 대표장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근데 솔직히 이번건 BGM 관련 포스팅인데 동영상을 클릭해보지 않는 사람들이 반이상 될거라고 예상한다... 그냥 훑어보는건가??

<마틴은 엄마에게 캐딜락을 선물한다>

영화 '버킷리스트'의 모티브가 된 영화가 바로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아닐까? 마틴과 루디는 호텔방에서 종이에 죽기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많이 없으므로 그중에 한개씩만을 상대방이 선택한다. 루디가 선택한 마틴의 소원은 엄마에게 캐딜락을 선물하는것. (드림걸즈와 옛날에 봤던 미국영화의 영향으로 나도 외제차라면 캐딜락이 갖고 싶다)

오랜만에 재회한 마틴과 그의 어머니. 마틴이 캐딜락을 선물한다고 보여주자 BGM으로 블루스가 흐른다. 곧 죽게되는 마틴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대신 어머니와 기쁨의 포옹을 하는 이 시간을 BGM이 행복하게 채워준다.

하지만 매복하고 있던 형사가 '감방에 갈 시간이다'라고 븅신같이 말하며 권총을 장전한다. 권총의 장전 소리와 경찰차의 급브레이크 소리의 소음에 어느새 블루스는 끊겨버리고 만다.

감독은 최근의 영화처럼 음악을 엔비언스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의 테마곡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테마가 멈췄을때는 페이드 아웃이 아니라 그냥 뚝 하고 끊어버린다. 이 것이 참 매력적이다. 음악을 뚝 끊어버리는데도 관객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니까... 테마송이 완벽하게 영화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틴이 쓰러지고 구급차에 실려가자 블루스는 다시 시작된다>

첨부한 영상 52초 부근에서 갑자기 부자연스럽게 컷이되며 마틴이 응급실에 실려간다. 사실 총을 들고 저항하던 마틴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내가 편집에서 위에 동영상에는 없지만..) 그리고 응급실에 실려가자 캐딜락과 어머니 그리고 경찰들을 남겨둔 뒤로 블루스가 다시 시작된다.

같은 음악이지만 아까의 테마가 감동이었다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마틴 옆에서 지긋이 웃고 있는 루디의 얼굴을 보자니 이번장면의 테마는 '체념'이었다. 같은 음악이 상황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은 흔한일이지만 이렇게나 뚝 끊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시작해버리는 것이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 마냥 참 쿨하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블루스는 또 마틴이 눈을 뜨면서 뚝 끊겨버린다. '체념'이라는 테마는 마틴이 눈을 뜨면서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뒤에까지 첨부하지 않았지만 마틴이 눈을 뜬직후 씨익 하고 루디를 보며 웃으면 두구두구두두둥 하는 아주 경쾌한 음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경쾌한 음악의 테마는 '재탈주'다.

장면장면마다 음악을 끊고 다시 배치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중간한 음악 하나를 계속해서 가져가기도 싫다. 그리고 현대영화처럼 들리는듯 마는듯 한 멜로디도 없는 듯한 엔비언스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영화 음악이란 이렇게 쓰는거구나라는걸 아주 쿨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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