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영화라 그런지 아니면 (내 생각에)코메디 장르라서 그런지 상당히 노골적인 카메라 워킹과 편집이 가끔씩 눈에 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장면은 자세히 보면 손발이 오그러들만큼 조금 촌스럽기도 하고 귀엽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연출이다.

<달리인 끼리의 교차편집>

화가난 보스는 카를로스와 로드리게스 형제를 불러서(이런 이름도 너무 전형적이라 좀 웃기지 않은가? 마치 우리나라 조폭 영화에서 망치 이런 느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이장면에서 보스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을 보자.

스샷을 보면 왜 반복 시켜놨냐고 땡깡부릴지도 모르겠지만 동영상을 보면 저렇게 교차편집 된다. 특히 각각의 샷들은 보스의 얼굴로 달리 인 되고 있다.(마지막의 익스트림 클로즈업만 제외하고)

보스의 말에 따라 컷이 바뀌는 이 장면은 엄중하고 진지하게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이 마피아들의 멍청함에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저 이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라는 정도만 관객에게 알려주면 될 것이다. 마치 만화에서 분노할때 몸주위에 불꽃이 일어나는 정도의 표현이랄까? 그런 느낌이다.

지금 보면 조금은 우스운 이 장면이 과연 12년전에는 정극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졌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도 내가 지금 느낀것과 비슷한 재미있는 촬영과 편집이네 정도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어쨌든 이영화는 상당히 웃기는 영화니까.

<그리고 또 카를로스와 로드리게스 형제의 샷이 이어진다>

위에가 두명이니까 로드리게스 형제고 밑에가 카를로스같은데 (아님말고)  이들의 샷역시 재미있다. 내 생각엔 달리인과 줌인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아님말고) 로드리게스 형제를 지나 뒤에 따라오는 차가 보이면 다시 뒷차에 똑같은 카메라 워킹으로 카를로스가 보여진다.

이건 또 만화책으로 비유하자면 '카를로스와 로드리게스 형제를 불러' 라고 보스가 말한뒤에 두둥하고 나타나는 그런 표현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하면 조금 촌스러운 연출들일수 있지만 이 장면을 코메디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노골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귀엽게 받아들여진다.



노킹온 헤븐스 도어에 장르를 꼽으라면 나는 코메디 영화라고 하고 싶다. 그 어떤 영화적 특성보다도 코메디적인 특성이 많은 영화니까. 쉴새 없이 웃기려고 하고 가끔씩은 진지함을 상실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설정은 뭐지? 라는 것으로도 관객을 웃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의 내용은 굉장히 디테일한 연출을 통한 코메디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몇명이나 눈치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점은 감독의 성향이 아니라면 만들어지기 힘든 장면이라 생각된다.

<마틴이 루디를 인질로 잡는 것도 역시 웃기지 않는가?>

마틴을 살리기 위해 약국에 총기를 난사한 루디덕에 경찰이 출동하게 되고 다시 살아난 마틴은 루디를 인질로 잡고 탈출하려 한다. 그 장면을 보고있던 4명의 형사들이 리포터의 가슴이 절벽이라고 히히덕 거린다. (농담을 건네는 것이 유일한 흑인 형사라는 점 또한 고정관념이던 캐릭터건 간에 하여튼 좀 뭐시기하다)

그리고 나서 터키식당에 들어간 마틴과 루디가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방송국 일행은 담배를 피다가 그들을 찍으러 일어선다. 그장면에서 여자 리포터를 자세히 보면 위의 3번째 그림처럼 자신의 가슴을 잡아 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위에서 단순히 가슴이 절벽이야라고 했던 영화상의 쓸데없는 농담(저 네명의 형사는 갑자기 왜 등장하는지 이유도 없고 리포터의 가슴이 절벽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전혀 쓸데가 없다)이 의미를 가지는 순간이다. 여자의 가슴은 뽕이었던 것이다.

과연 이장면을 조금 확대해석해 보자면 뽕을 넣고 있는데도 코트위로 그것을 알아차린 형사의 관찰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뽕을 넣었는데도 절벽으로 보이는 가슴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성적 농담을 하고 있는건지 둘중의 하나겠다.

아무튼 이러한 의미없어 보이는 농담에 디테일한 연기연출까지 겸한걸 보면 확실히 이 영화가 코메디장르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카메라맨의 애꾸눈 역시 코메디가 아닐까?>

카메라맨이 한쪽눈을 가리고 있는 것을 보자. 정말 애꾸눈을 캐스팅 했을리 없으니 저건 분명 컨셉인데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카메라맨이 한쪽눈으로만 봐도 되기때문에 하나는 없어도 된다는 이야기인건지 아니면 가려도 된다는 건지... 아무튼 굳이 저렇게 한쪽눈을 안대로 가려놓은 것은 그저 웃음 유발의 이유외에는 해석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카메라맨이 찍는 흑백의 화면을 적절히 섞어주고 있는데... 사실상 카메라 뷰파인더에는 저렇게 흑백으로 보인다.(명암 구분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는데..) 하지만 당연히 방송되는 장면은 흑백이 아니므로 저런 흑백장면은 카메라맨의 시점샷이라고 보는것이 맞다.

물론 카메라맨의 시점샷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방송에 나가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흑백샷이라고 생각되지만.. 아무튼 이것은 현장감있는 연출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되며 꽤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영화라서 요즘은 학생들도 다 할수 있는 연출이긴 하지만..



2009/03/14 - [video grammer] - 영상문법 - 슬로우모션 <에로스 - 왕가위>에서 처럼 왕가위 감독이 '슬픔'을 극대화하는데 사용하듯이 슬로우 모션은 항상 극적인 곳에서 사용된다.

길을 가던 마틴과 루디가 바다사진을 보고 짠하는 순간 짠한 음악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틴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루디가 약을 꺼내 먹이려 하지만 한알도 남아있지 않고 가까운 약국에서 루디는 마틴을 위해 총을 쏜다.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약사에 말에 뛰쳐나가던 루디의 모습이 갑자기 슬로우가 된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라 그냥은 팔수 없다는 말에 단념하고 돌아서는 루디. 하지만 그는 총을 쏴서라도 약을 구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영화에서 그의 결심을 순간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이 슬로우 모션이다. 전에도 설명한바 있지만 고속촬영과 그냥 슬로우 모션은 다르다. 이 부분은 고속촬영이 아닌 슬로우 모션이다. 1초에 15프레임이 두장씩 재생된다.

 바다사진을 보면서 흘렀던 음악은 똑같지만 이제는 비장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돌아서서 앞으로 나오는 루디의 결심을 위한 조명을 보자>

첫번째 사진에서 뒤돌아서 루디는 비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선다. 루디가 앞으로 다가선 두번째 사진을 보면 조명에 의한 짙은 콘트라스트를 느낄 수 있다.

당연히 의도적이라 생각되지만 조명은 화면의 오른쪽에서만 강하게 들어오고 왼쪽은 거의 없게해서 루디의 표정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약사의 컷 이후에 다시 돌아온 3번째 사진을 보면 2번째 장면이 의도적인 조명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문 밖의 빛의 세기도 다르고 루디의 왼쪽에 들어오는 반사광의 강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즉, 감독은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서서 다가오는 루디를 램브란트 조명으로 처리하기를 원했다. 강하게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루디가 뛰어가며 시작된 슬로우 모션은 총을 꺼내 발사를 하는순간 멈춘다. 즉, 이 슬로우 모션의 표현은 바로 루디가 총을 쏘게 하는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루디가 총을 쏘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형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교통위반 한번 한적이 없이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것은 루디가 마틴과 처음만난 열차에서의 금연스티커를 가리키는 장면과 마틴이 총을 겨누고 강도질을 하는 것을 말리고 자신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에서도 알수있다.

마틴은 원래 막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제 곧 죽게 되었다. 하지만 루디는 원래 막나가지도 마틴처럼 '곧'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루디는 마틴을 위해 이 순간 총을 쏜다. 얼마 못사는 자신보다도 훨씬 조금밖에 살지 못하는 마틴을 살리기 위해서..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주목하는 영화다. 마틴과 루디는 얼마남지 않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장면에서 루디는 마틴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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