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도 히치콕 형님은 영화의 카메라는 누군가를 훔쳐보는 창(windows)이라고 말씀하셨지
솔직히 정확히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는 잘 기억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히치콕 형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데에는 역시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연구 때문이었지
스릴러라는 장르는 긴장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영화의 카메라는 관객들에게 무서운 장면을 훔쳐보게 했다고 생각하셨으니까

하지만 난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의 촬영은 모두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하다보면 '시점샷'이 분명히 따로 있고 그에 따른 반응샷도 분명히 있지만 사실상 난 모든 샷이 시점샷이라고 본다
다만 구분을 하자면 영화에서 부르는 '시점샷'은 등장인물의 시점이고 내가 말하는 의미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아도 가상적으로 존재하는 시점이라고 할수 있다

예를들어 본다면 로우앵글은 어째서 사람을 위대하고 무섭게 만들며 하이앵글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걸까
정말로 단순하게 말해서 키가 작은 사람이 올려다 보는것과 키가 큰사람이 내려다 보는것의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흔히 bird's eye view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이렇게 부르고 싶다
'신의 시점' 이라고..
다들 알겠지만 살인의 추억에서도 반복해서 나오듯이 사람이 죽은 장면을 머리 꼭대기에서 찍는 것은 흔한일이다
나는 이것이 주는 느낌이 바로 신의 시점에서 인간의 무력한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에서 자살한 아오이 유우>

이 사진을 보면 물론 아오이 유우가 높은곳에 떨어져서 위에있는 철선에 피를 묻히고 떨어졌다라는 상황 설명도 되지만 느낌상 그녀의 죽음은 같은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도와줄수 없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여하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첨부한 동영상은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처음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씬이다
둘의 키스가 이루어지고 카메라는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새처럼 위로 올라가며 그둘을 비춰준다

<하늘위로 날아가면 둘을 비추는 카메라>

이런식의 촬영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흔히들 이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이 컷이 넘어가면서 여주인공은 마치 자기가 이 카메라의 시점으로 자신과 남자의 키스를 보면서 하늘을 나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놀랍지 않은가?
사실 이러한 촬영 자체는 여주인공의 행복한 심리를 나타내기 위한것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제3자에게 이야기 한다
이것은 고전적 헐리우드 스타일의 현대 영화에서는 아직은 문법화 되지 않은 표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카메라는 선택적으로 순간순간 시점을 바꿔서 촬영할뿐 그 컷이 누구의 시점이었는지 말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사실상 이러한 3인칭의 시점은 설명할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시점을 카메라 안에 있는 여주인공의 시점이라 설정하고 그것을 또 다시 관객들에게 이야기 해줌으로써 여주인공의 행복한 심리를 더욱더 극대화 한다고 할수있다

이러한 표현은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내가 느낀 행복을 남들이 보고는 잘 모른다 그것을 내가 남에게 이야기 해주는 장면을 또 봤을때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하나와 앨리스의 한장면에서 계속해서 사용되는 셔레이드 기법이다
사실 이 셔레이드란 것은 전에 소개한 '영화적 문체 - 은유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내 생각에 이 둘은 서로 겹칠때도 있으며 사실상 거의 같은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은유를 언어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방식이라면 셔레이드는 비언어적으로 대치시켜야 하는 영상 문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셔레이드라는 말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비언어적 감정표현이다
대사로 전달되지 않는 일련의 행동이나 또는 화면구성으로 되어있는 것들이다
나는 굳이 영화에서의 은유적 표현과 셔레이드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상에서 소개할 3가지 셔레이드중에서 나는 한가지는 은유적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나로서도 말로 설명하기 힘든 나만의 구분방식이다

우선 이 장면을 설명하려면 스토리를 설명해야한다 (이 장면에는 대사 자막도 없으니..)
이 영상에서 나오는 여자 -하나- 는 남자에게 거짓말을 한다 
바로 하나와 그는 얼마전부터 사귀기 시작했으며 남자가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기억상실에 걸려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물론 이것은 그를 일방적으로 좋아한 하나의 거짓말이다
어쨌든 둘은 사귀게 되지만 그는 하나의 집에 놀러가서 컴퓨터를 고쳐주다가 하나가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로 입학하기전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다가 하나가 거짓말을 했음을 깨닫고 절간에 있을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추궁한다
바로 이 영상이 추궁장면이다

먼저 첫번째 셔레이드 장면을 소개하겠다
영상의 13초부근데 나오는 바로 이장면이다

<소년이 스님에게 채로 맞는 장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절간에서 이렇게 채로 얻어 맞는 것은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하다는 꾸짖음이다
이 장면은 사건 직전에 설정샷 같은 곳에 짧게 나오는 것이므로 단순히 생각하면 그가 지금 절에 와 있다라는 정도의 정보밖에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뒤의 사건을 보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컴퓨터에는 왜 그녀가 입학하기전의 내사진이 있었을까 이것은 그녀가 그전부터 날 좋아한다는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녀에게 끌리지 않는데 혹시 그녀가 거짓말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는 설정인 것이다
때문에 이 장면 직후 소년은 하나에게 전화를 건다
굳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잡은 사각 로우앵글로 이 맞는 장면을 클로즈업 한 이유는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그러한 정보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장면은 복잡한 소년의 심정을 나타내는 셔레이드인 동시에 이 직후에 하나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컴퓨터에서 사진을 찾아낸 사실을 추궁하는 사건에 대한 복선인 것이다 

두번째 셔레이드는 바로 내가 이 부분을 집중있게 본 많은 관객들이 느꼈을 그런 노골적이고 아주 익살스러운 부분이다
소년은 전화를 걸어 하나와의 통화가 시작된다
25초부분 부터 시작된 통화는 계속되다 1분 23초 쯤이 되어서 한 내재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절에서 다른이들이 경을 읽는 소리이고 이것은 1분 29초에 남자의 사진이 컴퓨터 화면에 잡혔을 때에 하나가 느꼈을 당황스러움에 대한 사운드 셔레이드이다

<소년의 지시대로 하다가 튀어나온 사진을 본 하나는 눈이 똥그래지게 놀란다>

1분 29초부터 당분간 계속되는 남자의 추궁과 함께 절의 경 읽는 소리는 더욱더 크게 들리고 그것은 마치 '딱걸렸네~ 딱걸렸어~' 하는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틀림없는 이와이 슌지의 의도이고 그녀가 거짓말을 하다가 들킨 것을 진지하고 나쁜것으로 이야기 하는것이 아닌 익살스럽게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보여진다 
1분 40초경부터 그녀의 감정을 보조하는 bgm이 시작되고 -이것은 '어떡하지?' 정도의 느낌이다- 2분 26초경이 되어서 bgm과 경읽는 소리가 사라진다
이것은 당황하던 하나의 감정이 끝난것과 어떻게 하지하고 고민하던 하나의 생각도 정리가 됐다는 연출적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은유적 표현'이라고 부르고 싶은 3번째 셔레이드가 나온다
 
<2분 35초경에 자리를 고쳐 앉는 하나의 뒷모습>

그녀는 그가 모든것을 알아챈것에 당황을 느끼고 어떡하지 하며 머리를 굴렸다
이것은 관객들도 당시에 그녀와 동일시 되어 느끼는 감정이고 그직후에 나올 하나의 반응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그러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하나는 꽤나 재미있는 대답을 내놓는다
바로 거짓말을 자백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거짓말로 이 사실을 무마하려 한다
이 위의 사진은 2분 35초경에 하나가 앉은 자세를 고쳐 앉는 장면이다
그녀는 여기서 왜 굳이 옆으로 돌려 앉았을까?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 이유로 감독과의 상의도 없이 이루어진 행동은 아닐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그녀에게 새로운 거짓말을 하기전에 그녀의 결심을 나타내는 셔레이드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세를 고쳐 앉은 그녀의 뒷모습은 바로 여기서 굽히고 자백해서 이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하나의 굳은 의지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이 부분에서 느낀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통화의 장소로 이와이 슌지가 '절'을 택했다는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보면 소년이 절에 찾아가야 하는 논리적인 사건은 없다
그렇다면 감독은 무엇을 위해 굳이 절에까지 가서 촬영을 해야했을까
우리나라의 단편영화라면 그냥 자기 자취방에서 전화했을텐데
그것은 초반에 나온 잡념으로 가득차 스님에게 얻어 맞는 장면을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소년이 잡념으로 가득차 있는것은 얼마든지 표현할수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넋을 놓고 있을수도 있고 자취방에서 끓이던 라면이 물에 넘치고 있을수도 있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충격을 선사한 경읽는 소리를 그녀의 당황하는 감정에 매치시키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많은 소리가 있지만 여기에 나온 경릭는 소리만큼 그녀의 당황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소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매치를 이와이 슌지는 찾은 것이다

두번째로 재밌는 것은 절에 있는 사람들은 왜 외국인인가 하는것이다
<대체 왜 일본의 절에서 외국인들이 경을 읽고 있는가?>

설마 일본에 있는 외국인들이 인건비가 싸서? 굳이 일본의 절에는 다소 어울리지도 않는 외국인을 엑스트라로 고용한 것일까?
이것은 약간은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이와이 슌지가 그녀의 당황스러움은 전세계급이다라고 익살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실상 이것은 내 추측이고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이와이 슌지가 이 영화를 귀여운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디테일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씨네마틱에 게재된 글입니다>


몽타주 하면 아는 사람은 모두 알겠지만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이론화한 영상 문법입니다
간단하게 뜻을 설명하자면 컷A와 컷B가 충돌해서 새로운 뜻을 창조한다는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가장 유명한 에이젠슈타인의 전함 포텐킨의 몽타주 장면을 설명하면 앉아있는 사자 동상 컷 뒤에 바로 일어서있는 사자동상 컷을 붙입니다
이것들은 독립된 개체로 서로 같은 동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에이젠슈타인은 이것은 결코 일어설수 없는 사자동상(군중)이 일어섰다(봉기했다)라는 의미로 충돌시킵니다

어쨌든 현대 영화에서 대부분의 컷이 충돌이 아닌 화합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가끔 몇몇 감독들에 의해 몽타주가 - 주로 씬과 씬의 연결에서- 보여지기도 합니다

위의 동영상에 보면 발레연습을 하다가 발목을 삔 앨리스가 아파하자 주변의 동료가 봐주러 옵니다. 그리고 앨리스의 발에 얼굴을 맞아 드러눕습니다
그리고 다음씬에서 병원의 두개골 사진이 나옵니다
영화를 보는이들은 이것을 당연스럽게도 앨리스의 발에 얼굴을 맞은 그녀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의외로 남자주인공이 기억상실을 진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장면이라는걸 곧 알게 됩니다.

<사진A - 얼굴을 감싸고 드러누워있는 발레녀>

<사진B - 병원의 두개골 X - RAY 장면>

영화의 스토리상 발레녀가 얼굴을 맞는 장면은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이후에 얼굴을 맞은 그녀가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도 않고 이 사건으로 인해 다른사건이 야기되지도 않습니다
익살스럽게도 이어지는 병원씬은 영화의 큰 스토리상 남자 주인공이 내가 정말 기억상실증이 맞는지 의심하는 장면입니다
이 두 장면을 이어붙여서 전혀 새로운 사실을 만들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조크같은 훼이크이며 영화에서 크게 작용하는 의미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의도한 몽타주라는 것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발레를 하다가 아무런일이 일어나지 않은채 병원씬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의 편집보다 지루합니다
결국 이러한 두 쇼트의 충돌로써 얻어낸 효과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줍니다
이것은 스토리 외적인 CG나 액션 장면 같은 효과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몽타주 기법은 한국영화의 장면전환에도 많이 쓰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시체 부검장면 직후 나오는 생고기를 굽는 장면이나 김상경이 박해일의 자취방에 쳐들어가 발로 찬직후 박해일이 동굴앞에서 넘어지는 시공간 압축 몽타주 또, 올드보에서 이발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의 종소리와 여성이 무릎이 바로 이어지는 회상장면의 자전거의 종소리와 윤진서의 무릎으로 이어지는 몽타주등 으로 쓰여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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