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 할 내용도 역시 '몽타주'이다
이 용어에 관한 설명은 앞에서 많이 했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몽타주 장면은 굉장히 많이 올리게 될것 같다

먼저 위의 영상을 보도록 하자
어느 부분의 컷이 몽타주되었는지 알겠는가?
앞의 1분동안을 뒤의 한컷을 위해 할애했지만 앞의 이야기 문맥을 이해 시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었다
영화를 안본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앨리스가 하나에게 전화해서 기획사에 같이 가보자고 한다
하지만 하나는 '속여서 사귄 남자친구'가 집에와서 자신의 컴퓨터를 고쳐주고 있는 상황이라 그럴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는 이제 옛날처럼 둘이서만 붙어다닐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그말에 화가난 앨리스가 앞으론 전화를 안한다며 끊는다
이에 하나가 다시 전화를 끊어 넌 왜그렇게 제멋대로냐고 말하는 순간 컷이 되고 하나와 남자친구가 보러간 애니메이션에서 마치 '그래 난 제멋대로야!!'하는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오늘 당장 기획사로 가보자는 앨리스에게 난색을 표하는 하나>

<컷된 직후에 갑자기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내가 올려놓은 동영상 1분 15초경에 보여지는 이 컷은 분명 씬 전환 컷이다
기본적으로 영화 문법에서 배우기를 우리는 '설정샷'이라는걸 배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나의 집에서 극장으로 장소가 옮겨질때 극장 간판이라던가 전경이 보여지고 그 이후에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는 말이다
이러한 설정컷을 사용하는 방식은 굉장히 자연스럽지만 꽤나 오래된 방식이며 영화의 스피드와 리듬감을 없애고 느낌과 감정을 단절 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수많은 영화에서 모든 장면전환 방식이 '설정컷'으로 되어있지 않으며 이러한 방식은 감독이 선택할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이와이 슌지가 선택한 몽타주는 이 설정컷을 이용한 방식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진다
첫째로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리듬감을 생성한다
하나의 넌 왜그렇게 제멋대로니? 하는 직후 애니메이션에서 '그래 난 제멋대로야!!'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소년의 행동이 보여지면서 영화는 마치 한장면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리듬감있게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두번째로 마치 무엇이든지 장난하며 웃고 넘기는 10대 소녀들의 영화에 꼭 맞는 장면전환 방식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에서 소년이 하는말은 해석이 안되있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앨리스의 대사가 나와야 하는 타이밍에 앨리스의 대사 대신에 나오기에 어울리는 말을 마치 전혀 상관 없는 애니메이션이 하는 것처럼 익살스럽게 꾸민 것이다

이러한 장면은 전에 말한 '트릭'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에 소개한 하나와 앨리스에서 발레씬 뒤에 이어지는 병원 ct촬영 몽타주 역시 이러한 트릭이다
하나와 앨리스는 계속해서 관객들을 순간적으로 속이면서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그로 인해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잠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정리해보면 몽타주라는 것은 컷a와 b가 충돌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몽타주는 '트릭'이 되기가 쉽다 순간적으로 관객에게 제3의 의미를 생성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속을 수 있다
내가 클립해놓은 이 동영상에 보면 하나의 대사 이후에 앨리스가 뭐라고 했는지 관객들은 모른다 관객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단지 하나와 남자친구가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는 것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몽타주로 인해 관객은 마치 앨리스가 '그래 난 원래 제멋대로야!!'라고 말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이것은 느낌일 뿐이지 정보는 아니지만 이와이 슌지는 이러한 장면 전환을 통해 앨리스의 말을 뒤에 나올 영화와 동일시 시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씬을 넘기는 장면전환의 연구는 영화의 양식과 느낌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영화의 전체적 느낌에 잘 맞아야 하지만 말이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미쟝센에 대한 용어 설명부터 간략하게 해야겠다
뭐 어디서부터 유래됐고 어느나라 말이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고  딱잘라 말해서 '장면화'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즉 영화의 프레임안의 장면을 구성하기 위한 모든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나는 미쟝센이라 생각한다.
예를들어 의상 세트 조명 구도 메이크업등 모든것이 미쟝센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튼 이쯤에서 첨부한 동영상을 보도록 하자
이 장면은 거짓말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와 사귀기 시작한 하나가 어처구니 없는 투정을 하는 대목이다
여하튼 스토리의 전후를 감안하지 않고 미쟝센편이니까 이 장면을 자세히 보도록 하자
20초 부근에 하나는 앞에 있는 유리벽에 얼굴을 갖다댄다
의도적인 이 장면은 하나가 정확히 얼굴의 반을 갖다대고 카메라 위치에서 보면 반쪽이 반사되어 온전한 하나의 얼굴이 보여진다
하지만 이 얼굴은 평소의 하나의 얼굴과는 약간 다른 굉장히 고집스럽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 사진을 보자 완전히 고집스러운 못생긴 여자애가 아닌가>

이와이 슌지는 의도적으로 이러한 얼굴을 만들어 낸것이다
애초에 그녀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만들기 위해 분장이나 조명을 이용하기 보다는 이러한 거울의 반사를 이용하여 창조해낸 것이다
이러한 거울 장난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거나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울 반사가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왜곡 시키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지 얼핏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이 슌지는 이것을 이용하여 여주인공 하나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만드는 미쟝센을 완성시킨것이다

이 장면이 대단한 것은 결코 많은 영화에서 쓰이는 흔한 기법이 아닌 이영화의 제작팀이 생각하고 창작해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스릴러 영화에서는 거울을 이용하여 왜곡된 영상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10대의 청춘 멜로 영화에서 이러한 거울의 왜곡을 이용하여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이러한 노력과 센스는 많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독에게서 지시받은 여배우가 이 얼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정확히 조준하는 것을 알수 있다
카메라의 위치는 정해져있고 이러한 반사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분명 여배우는 정확한 지점에 이마의 특정 포인트를 갖다대고 고개의 각도를 짜여진대로 숙여야만 했을것이다
20초 부근에 보면 여배우가 이마를 갖다대고 살짝 포인트를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 미묘해서 대사를 들으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당연히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정말 편하게 그저 기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분명 하나가 정확한 지점에 얼굴을 갖다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장면이 미쟝센이라고 부르기에 조금 낯설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감독의 의도에 의한 장면화이므로 이것을 미쟝센 이외의 용어로 설명하기도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용어는 아무렴 어떤가 그저 나는 이장면의 연출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씨네마틱에 기사화된 글입니다>


먼저 위의 영상을 재생해 보도록 하자
위의 영상이 무슨이야기냐면 하나가 보기에 둘이 대화하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상 남자 앞의 여자는 앉아있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것인데 타이밍 좋게 힐끔 쳐다보며 만담을 중얼거리는 소년의 모습은 마치 다정하게 그녀와 대화하는 것처럼 하나에게 비춰진다
재미있는 것은 나도 사실 이 영화를 처음봤을 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멍청한가?

<둘이 대화하는 줄알고 지켜보는 하나>

위 그림처럼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을 지켜본다
하지만 정말로 일본말을 모르는 우리가 자막을 끄고 본다면 그저 연인끼리 대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나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이것은 사실은 하나만 속이면 된다 굳이 관객까지 속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촬영 자체가 하나의 시점샷과 그걸 보고있는 하나의 반응샷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와 같이 속아서 이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얼굴을 찡그릴정도로 밝게 웃는 여자가 마치 주인공을 보고있는것 같다>

이러한 속임수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실 영화에서 처음부터 관객은 알고 있는데 하나에게만 이렇게 비춰질수도 있다
얘를들어 지금처럼 여자의 애인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주인공의 바로 옆에 서서 가려져 있다면?
또한 남자가 앉아있더라도 그것을 처음부터 관객에게 보여준다면?
그렇다면 관객은 처음부터 이 장면이 하나의 오해라고 눈치 챌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그렇게 이 남녀는 대체 왜나온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하나가 오해하고 있다는걸 눈치챈 관객들은 그냥 별거 아닌 오해라고 생각하며 안심하고 영화를 볼수있다

하지만 이와이 슌지는 이 장면에서 관객의 마음을 하나에게 동일화 시켰다
이 장면을 너무나 가슴아프게 지켜보는 하나의 심정처럼 관객에게 비춰주었다
물론 직후에 나오는 대사와 앉아있던 애인이 슬쩍 얼굴을 내밀면서 관객의 오해는 풀어주지만 하나는 계속해서 오해를 하게 된다

<이렇게 애인의 존재를 카메라에 비춰주어 관객의 오해를 풀어준다>
<하지만 하나는 실망감에 고개를 숙여 이장면을 놓치고 만다>
<마지막으로 둘이 마주보고 여자가 웃는 장면을 하나에게 목격하게 한다>

얼마나 재치 있는 연출인가
사소한 오해가 빚어져 스스로 실연했다고 하나에게 믿게끔 만드는 장면이다
정말로 이 직후 만난 앨리스가 실연했냐고 묻자 무언으로 답하는 하나의 심정으로 우리는 그녀가 오해를 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사실 이 속임수는 영화의 큰 스토리를 짚어보면 크게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이 직후 하나는 이 남자가 만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남자를 따라서 만담 동아리에 들어가고 결국 이 순간의 오해는 다시는 언급되지 않고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장면은 굳이 왜 보여주는가?

첫째로 이것은 대서사시나 액션영화처럼 큰 줄기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다
10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영화이니 만큼 사소한것에 웃고 사소한것에 울게 해야하는 스토리의 디테일함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때문에 이와이 슌지는 한순간의 장난같은 장면이지만 이러한 장면을 통해 하나가 실연했다고 믿게하고 그로 인해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둘째로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연출은 스토리 외적인 재미를 준다
나는 이것이 이 장면을 선택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하겠다
영화의 어느 장르던 순간순간 관객을 속이는 것은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행해지며 이것은 순간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의 문법중 하나이다
한단어로 정리할순 없지만 이 직후에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 관객에게 순간 오해를 시키고 그직후에 다시 알게 함으로써 영화의 스토리와는 다른 재미를 첨가 시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인 하나에게 다가온 앨리스가 실연이냐 묻자 하나는 그저 사진기를 든다>

하나와 앨리스 전반에 나오는 이러한 귀여운 장면들은 이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영화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장면들만을 따로 모아 이야기 해보겠다



<씨네마틱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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