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주인공은 크나큰 사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이 전환점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역시 그러하다.

 

영화 킹스맨에서 에그시는 어떤일을 겪게 되는가?

아버지가 죽는 사건 그리고 17년이 지나간 시점은 영화의 배경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에그시가 어떤 사건을 만나고 그의 운명에 변화가 온다.

이 글에서는 바로 그 운명의 전환점을 살펴 볼 것이다.

 

 

<감옥에 갇히게 되자 아무데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에그시는 킹스맨에 전화를 건다>

 

17년이 지나 성인이 된 에그시는 엉망진창으로 살고 있다.

어머니는 깡패를 집에 들이고 깡패 부하까지 들어와 있는 상황에 어린 여동생은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있다.

 

에그시는 이후에 해리에게 어머니의 반대로 해병대를 그만뒀다고 했지만 과연 그랬을까?

자신이 해병대에 들어가있는 동안 깡패새끼들과 어머니와 여동생만이 있는 집이 걱정되서 그만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이런 이유를 뒤로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에그시는 방황의 나날을 보내다 결국 경찰차의 추격에 후진으로 도망치는 사고를내고 18개월이라는 형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자신을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을을 아는 에그시는 17년전 받았던 목걸이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이것은 물론 킹스맨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이며 바로 이 '전화 한통'이 에그시의 운명을 크게 바꿔 놓는다.

 

운명을 바뀌게 하는 전화통화에는 아직 이렇다할 연출이 없다.

감독은 직후 해리와 에그시의 재회 장면에서 에그시의 운명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단 한 컷으로.

 

 

<사진이 여러장이지만 카메라가 움직이는 단 하나의 컷이다>

 

 

에그시가 전화를 끊고 장면은 경찰서 밖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그 밖에는 방금 에그시에게 같이 있던 친구들을 불지 않으면 18개월 징역을 살게 될거라고 말한 형사가 담배를 피고 있다. <그림1>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형사는 전화를 받고 뭔가 명령을 들은 듯 불만스럽게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그와 교차하며 에그시가 풀려난다 <그림2>

 

갑자기 풀려난 상황을 어리둥절 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에그시를 앞에서 낮은 위치에서 찍으며 그의 뒤에 햇살이 빛나게 한다 <그림3,4>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다 누군가 자신을 불러서 돌아보면 형사가 있던 그 자리에 킹스맨 해리가 똑같은 자세로 서 있다<그림5>

 

이 것을 단 한컷으로 연결한 의미는 무엇이며 각 그림에 대해 해석해 보자.

 

우선 그림 1에 형사가 있던 자리에 킹스맨 해리가 자리 한다는 것.

그동안 에그시를 끊임 없이 쫓고 괴롭혔을 경찰들의 자리에 킹스맨이 자리 할 것이라는 상징이다.

굳이 형사의 자리에 해리가 똑같은 자세로 기대 서 있는 것은 물론 디자인적 의미의 유희일 수 있으나 영화에서의 맥락을 따져보면 이렇게 해석된다.

에그시를 처벌하던 형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에그시를 이끌어줄 킹스맨이 대신 자리하고 에그시는 더이상 형사들로 부터 자유로워 질 것을 암시한다,

 

경찰서에서 풀려나 어리둥절 하며 계단을 내려오는 에그시를 앞쪽에서 비추며 의도적으로 카메라를 낮게 잡아 에그시의 뒤에서 햇빛이 비추게 표현한다.

이 장면 역시 의도적으로 명확하게 해의 위치와 시간대를 조절해서 찍었다고 보여지며 암울했던 에그시의 삶에 서광이 비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상투적이지만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그림 5에서 해리가 등장하고 단 한컷으로 보여지면 장면은 다른 컷으로 넘어간다.

 

이렇게 분리해서 봐도 나름 명확해 보이는데 굳이 이것을 한컷으로 찍은 이유는 무엇일까?

왜냐하면 이것은 운명의 전환이기 때문이다. 그림1의 형사와 그림5의 해리가 하나의 쇼트안에서 같은 자리에 서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환'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 할 수 있다.

 

 

2009/09/13 - [영상문법] - 롱테이크 - <살인의 추억, Memories Of Murder>

 

 

 


영화에는 등장인물이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은 어느 타이밍엔가 관객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훌륭한 감독들은 중요 인물이 관객에게 처음 보여질 때 그들의 삶을 보여질 수 있게 설정한다.

단순히 인물이 '등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상황이나 소품을 이용해서 그가 살아온 인생을 짐작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인물이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 장소는 어디 일 것인가?

그는 어떤 표정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2016/05/30 - [영상문법] - [영상문법] 영화의 시작과 끝 - 건축학개론, 2012

에서 보여지듯 양서연의 첫 등장에 그녀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장센을 배치한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그것이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장면이라면 지금 소개할 킹스맨의 장면은 훨씬더 씬을 경제적으로 사용한다.

 

 

<에그시는 어린아이로 처음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미래를 위한 포석이다>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 에그시는 그저 어린아이로 관객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점에는 그다지 특별한 미장센은 없다. 왜? 아직 어린 에그시는 특별히 드러낼 내면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 까지는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 아닌가?

 

이 평범한 어린이에서 17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에그시를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매튜본 감독은 과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에그시를 보여줄 것인가?

 

 

<어린시절에서 어른으로 점프하는 에그시의 삶은 어땠을까?>

 

 

해리가 준 목걸이로부터 시작되는 어른이 된 에그시의 모습.

매튜본 감독은 그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인 '에그시의 방'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장소를 옮겨 거실로... 그리고 술집, 길거리로 나가면서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공을 들인다.

 

17년간 에그시는 어떻게 지내왔는가? 그는 어떤 변화가 있었고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

물론 이 순간에는 관객들은 그것을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 해리가 에그시를 조사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이니까.

하지만 훌륭한 감독은 뒤에 나올 이야기를 미리 미장센으로 배치해둔다.

 

목걸이로부터 시작된 에그시는 뭔가 인상을 찌푸린채 거울을 보고 있다.

'거울'을 보고 있는 주인공. 이것은 너무나 많이 사용하는 클리셰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인물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무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내면이 방황하고 있을 때 우리는 거울을 보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에그시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이 뻔한 클리셰를 썼다고 이 장면이 훌륭해서 이런 분석글을 쓰겠는가?

목걸이로부터 에그시의 얼굴이 비춰지고 컷이 바뀌어 에그시 방의 내부가 보여진다.

그리고 우리는 눈치채지 못하지만 매튜본 감독이 가장 눈에띄는 곳에 배치한 에그시의 내면을 미리 만나볼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은 위의 마지막 사진에서 무엇을 보이는가?

눈에 띄는 것은 나이키 신발과 사진이다.

에그시의 방에 있는 사진. 그것은 추후에 밝혀지지만 그의 해병대시절 사진으로 보인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해병대를 그만뒀던 에그시는 해병대 시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포기했기 때문에 꼴도 보기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그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사진을 방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있다.

물론 이것은 감독이 관객에게 선물하는 에그시라는 인물에 대한 힌트이다.

 

 

<두장의 스크린샷에서 사진의 위치를 보자 너무나 명확하지 않은가?>

 

 

이 시점에서 에그시가 해병대였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도저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위해서 당연히 해둬야 하는 배치인 것이다.

물론 에그시가 해병대를 그리워 하는지는 명확하게 이야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미장센을 통해 에그시가 킹스맨의 세계에 고민없이 들어가는 심리적 개연성을 준다.

 

에그시는 해병대로 살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고싶은 일을 잃어버린 그는 일도 안하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의 삶은 내적으로 외적으로 점점 망가져가고 있었고 그 포화지점의 직전에 해리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에게 킹스맨의 길을 제안한다.

 

이것이 감독이 짦은 몇개의 씬으로 압축해서 전해주는 17년간의 에그시의 삶이다.

 

단순히 사진 몇장 걸어놨다고 이 인물에 대한 깊이가 생긴다거나 영화가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식의 프레임에 대한 고민이 모든 장면에 들어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실 상업액션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이런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자주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이 의미없고 지루한 것이다.

 

한 컷을 보여주는데도 이렇게 고민하는 감독이 액션씬을 만들 때는 훨씬 많은 고민을 하지 않겠는가?

반대로 초반 설정을 허술하게 디자인하는 감독은 액션도 의미없이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이 고민스러운 방을 나선 에그시는 더 험한 현실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어머니는 깡패두목과 살고있고 에그시가 마음 둘곳이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은 에그시가 간단하게 킹스맨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영화에서 그가 너무 오랫동안 고민해서도 안되고 납득이 가지 않게 쉽게 선택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그는 킹스맨의 전투를 보고 한눈에 매료되고 만다. 이미 준비가 된 그에게 확실한 한방을 꽂아넣는 해리의 액션씬에 대해서도 추후에 분석해 보고자 한다.

 

 

킹스맨이라는 영화의 세계관에서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여러 대화를 통해 유추해보면 오랜동안 비밀스러운 임무를 통해 세계를 균형있게 통제해온 집단이다.

 

물론 귀족들이 시작한 것이고 아마도 최초의 서민출신 킹스맨을 선발하는 자리에서 에그시의 아버지는 고결한 희생으로 죽는다. 그리고 에그시의 아버지의 라이벌이었던 다른 서민출신이 킹스맨 코드 랜슬롯이 된다.

 

그들은 멋진 슈트에 넥타이, 안경, 가지런히 빗은 머리를 킹스맨의 멋으로 여긴다.

이들이 여기는 '멋'이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겉멋이 아닌 정체를 들켜서는 안되는 그들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내면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킹스맨의 이런 복장은 '멋'이 아닌 규율같은 것이다>

 

볼펜, 라이터, 구두 이런 모든 것에 최첨단 무기를 심어 놓는다.

하지만 수트와 타이는 그저 그들의 '멋'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임무때 항상 즐겨 입는 것이 바로 검은 수트다.

 

랜슬롯의 추모주를 마시는 전세계에 흩어진 킹스맨들도 해리의 뒤를 이은 에그시 역시 같은 복장이다.

이 것은 영화에서 '킹스맨'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결코 우연이거나 실수일 수 없다.

 

 

<그러나 영화 초반에 죽는 '랜슬롯'의 복장만이 다르다>

 

 

영화 초반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음을 맞아 '도발적 사건'을 제시하는 킹스맨 랜슬롯의 복장은 어째서 다를까?

 

우선 검은색 수트가 아니고 안경도 착용하지 않았으며 구두나 넥타이의 색깔역시 다른 킹스맨과 다르다. 물론 영화속 세계에서 랜슬롯요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 수 있겠으나 초반에 죽음으로 거의 어떤 정보도 밝혀지지 않는 인물의 의상을 이렇게나 돌출되게 표현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매튜본 감독이 과연 이런 의상에 대해 아무생각 없이 입혔다고는 생각 할 수 없다.

단편영화도 아니고 일반 의상도 아닌 '킹스맨'의 의상이 아닌가.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영화 초반에 죽음을 맞는 임무를 실패하는 킹스맨에 대한 이미지를 다르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해석된다.

이 랜슬롯이란 요원은 17년간은 대활약을 했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도 쉽게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킹스맨들의 검은수트와 활약 완벽성을 생각하면 이 초반의 나약한 죽음을 상징적으로 이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킹스맨의 죽음이 아닌 킹스맨의 죽음으로 인한 후임선발 사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나중에 검은색 수트를 입고 죽는 해리에게도 겹치지 않는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트의 색 뿐 아니라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사실 굉장히 의아하다.

킹스맨들이 착용하는 안경은 단순히 멋이 아닌 분명한 특수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물론 전투용 기능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랜슬롯은 임무를 하는데 안경을 쓰지 않다니.

 

오히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복장의 킹스맨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암시하기 위한 미장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다.

 

물론 설원이라 안경에 김이 서리기 때문에 미착용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역시 특수한 기능을 생각하면 안경을 아예 가지고 오지 않은듯한게 이해할 수 없고 킹스맨정도의 기술이라면 김이서리지 않는 안경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두번째 해석은 이 뿔테 안경과 검은색 수트는 '갤러해드'의 멋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에 등장하는 킹스맨 요원은 사실상 갤러해드와 랜슬롯 둘인데 각 요원마다 후계자를 추천하며 키우고 자신의 모든것을 물려주는 전통을 생각해 봤을 때 이 해석도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새로운 랜슬롯이 우주에 가느라 정장을 착용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 확실히 알 수 없지만 2탄이 나왔을 때 알수 있게 되지 않으려나?

 

 

<목숨을 건 전투에서도 에그시가 안경 착용하는 거 봐>

 

 

특히 마지막에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러 가는 에그시의 복장을 보면 명확하지 않은가?

에그시가 갤러해드의 복장을 이어나가건 초반의 랜슬롯을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다른 미장센으로 표현했건 간에 분명한것이 있다. 영화 초반의 랜슬롯의 복장은 분명 에그시의 이것과 '다른 것'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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